KT가 인공지능(AI)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앞으로 4년 간 3,000억원을 투자하고 1,000명의 전문가를 육성한다. AI 원천기술을 토대로 기업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교통 안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일 신규서비스도 대폭 내놓기로 했다.
KT는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AI 전략을 공개했다. KT는 2017년 1월 말 AI서비스 ‘기가지니’를 출시해 TV 셋톱박스와 스피커, 아파트, 호텔, 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넓혀 1,000여일 만에 국내 AI 기기 중 최초로 가입자 200만명을 달성했다. KT는 앞으로 AI 엔진 ‘지니’를 이용한 해외수출과 산업 부문 적용, 업무 효율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당장 AI호텔은 다음 달 필리핀 세부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중동 지역 진출을 노리고 있다. 현재 13개 호텔 1,200여개 객실에 적용 중인데 연내 20곳 2,000여 객실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러시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MTS에는 기가지니 기술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장과 보안, 고객센터 등 산업 분야에도 AI가 폭넓게 적용된다. 공장에서는 KT가 보유한 5세대(5G)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지능형 영상분석 기술에 AI를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AI 기반 보안솔루션은 사람과 사물을 정확히 인지하고 침입을 막을 수 있다. KT는 시범 운영 중인 AI 고객센터를 내년부터 심야 시간 상담이나 고장접수, 혼잡시간 때 상용화하기로 했다.
사무실도 AI를 만나 업그레이드된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와 챗봇, AI 받아쓰기(STT) 기술을 적용해 단순·반복업무는 이제 AI가 담당한다. KT는 사내망에 적용된 ‘마비서’, ‘전대리’ 등 인사·결제 RPA 서비스를 이미 도입해 연간 70억원 이상을 아끼고 있다. 말하는 사람을 자동으로 분류해 음성만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회의록 작성도 AI가 맡고, 무인편의점에서는 불량제품 파악과 이용통계 추출에 활용될 전망이다.
KT는 △감성·언어 △영상·행동 △분석·판단 △예측·추론 등 4대 분야 20여 개의 AI 원천기술도 공개했다. AI 생태계를 주도할 서비스를 개발하고 AI엔진 ‘지니’를 탑재한 단말을 현재 350만개에서 2025년 1억 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 문장만 녹음하면 영어 음성을 만들어주는 ‘영어 개인화 음성합성 기술’은 부모가 한 문장만 영어로 읽어도 AI가 억양과 톤을 그대로 살려 다른 책이나 문장을 마치 부모가 읽어주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다. “지니야 아이폰 11 인기가 어때”라고 물으면 기계 독해 기술을 바탕으로 AI가 직접 웹서핑을 통해 관련 뉴스에서 판매 상황과 원인 분석까지 찾아 안내한다. “지니야, KT 광고모델 어린 시절 찾아 메일로 보내”라고 말했을 때도 AI가 이강인 선수의 과거 ‘슛돌이’ 출연시절 사진을 찾아 메일로 보내기까지 빈틈없는 단계적 임무 수행 능력을 선보였다. 모두 멀지 않은 미래에 ‘지니’를 통해 체험할 미래 기술이다.
AI가 특정 지역의 도로와 신호, 교통량을 파악해 최적의 경로와 신호주기를 찾을 수도 있다. KT가 여의도 일대에서 시험적용한 결과 최적의 신호주기를 찾으면 교통체증이 5% 이상 개선되고 신호 순서까지 바꾸면 최대 10%까지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한 관계자는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교통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관리를 AI에 맡기면 비용이 10% 이상 절감됐다. 8만개 빌딩에 적용시 원자력발전소 1기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규모다. 단순히 편의를 떠나 AI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셈이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4년 만에 5G 상용화를 이뤘듯, 앞으로 통신사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여는 AI 전문회사로 변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