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여론이 성 대결적 양상으로 흘러가자 각 정당과 개별 의원들이 영화와 관련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때마다 영화 단체관람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여의도의 문법과 상충하는 모습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유일하게 지난 7일 당권파 의원들과 단체관람한 가운데 청년대변인의 논평으로 홍역을 치른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손 대표는 7일 채이배 정책위의장, 임재훈 사무총장, 지역위원장, 그리고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82년생 김지영’을 단체관람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그렇고 그런 일 같지만 결코 그렇고 그런 일이 아니다”라며 “혹시 이 중에 나의 모습은 없는지, 국민 여러분들도 이 영화에 대해 같이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도부의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그 영화는 대부분 제 세대와 그 윗세대의 얘기다. 현재 20~30대 남성들은 그 이전 세대 남성들과 동일한 특권이 없다”며 정반대의 시각을 보였다. 다른 정당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기생충·봉오동전투·연평해전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영화들을 단체관람해왔던 상황에서 표심을 의식해 영화 ‘82년생 김지영’만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경우 일단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지난달 31일 냈던 논평 사태 이후 관련 입장 표명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앞서 장 대변인은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다.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는 내용의 논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민주당은 해당 논평을 공식 철회한 바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단체관람 문제를 둘러싼 당내 시각도 엇갈린다. 한 초선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영화를 단체관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영화 단체관람은 일상적 행사인데 20대 남성 지지층에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에서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한 다선 의원은 “굳이 논란을 자초해 불구덩이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