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국민연금 독립성 없는 주주권행사 뒤탈 없겠나

국민연금이 13일 공청회를 열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적에 비해 배당이 지나치게 적은 기업과 임원 보수 한도가 과도한 기업, 법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가 훼손된 기업,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한 기업은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된다. 책임투자와 관련한 주주제안에 소극적이어도 중점관리기업이 될 수 있다. 책임투자란 투자자산을 선택할 때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요소까지 고려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기업과 개선을 위한 대화를 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이사 해임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기존에도 이사 해임을 제안할 수 있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유명무실했는데 이번에 이를 보다 구체화해 실제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분은 가이드라인의 연구용역을 맡은 자본시장연구원마저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우려해 삭제할 것을 제안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조항을 추가로 밀어붙였다. 기업 배당정책과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만으로 이사를 해임한다면 안정적 경영과 기업가치 제고는 불가능해진다. 책임투자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혹시라도 정권에 밉보인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 때 개념이 다소 모호한 ESG 요소가 악용될 여지가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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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는 국민연금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마련하더라도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얼마 전 지분 대량보유공시의무(5%룰) 완화를 추진하는 등 자꾸 기업 경영에 간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말은 기업 투자가 절실하다면서 행동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환경만 조성하면 결국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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