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정상 간 톱다운 방식 갈등해소 나선 韓日...강제징용 해법 관건

강경화 "정상회담 내달 가능토록 日과조율"

한일 외교가, 문 의장 제안'1+1+알파' 주목

관건은 징용피해자 및 국내반일 여론 극복

전문가 "정상간 갈등해소 공감대마련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일 양국이 내달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갈등 해소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양국의 갈등을 촉발한 원인이 됐던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한일 정상이 징용 피해자 기금 조성안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일 외교가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한국기업)+1(일본기업)+α(양국국민 자발적 성금)’ 안이 유력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 의장은 지난 5일 일본 와세다대에서 특강을 진행하며 해당 안을 제안한 바 있다. 2015년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 결과로 만들어졌다가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이 낸 기금의 잔액 60억원을 포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되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이 ‘대위변제’되는 것으로 보고 ‘재판상 화해’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현지시간) 오후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국회제공=연합뉴스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현지시간) 오후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국회제공=연합뉴스


일본 언론도 문 의장의 해법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NHK는 전날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 중지 결정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문 의장의 강제징용 해법에 관심을 표했다. NHK는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 후 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 사이에 이견 좁히기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정부가 문 의장이 제시한 안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NHK는 지난 20일 가와무라 의원으로부터 문 의장의 제안에 관해 설명을 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대로 한일 간의 약속을 지킨 것이라면 진행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문 의장이 제시한 방안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국내 여론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의장의 해법이 공개되자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광주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지난 6일 “과거에도 199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민간 기금을 지급하려다 반발을 산 ‘아시아여성기금’과 2015년 사죄 없이 10억엔을 받는 방식으로 과거사를 봉합하려고 해 국민이 분노했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돈만 지급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큰 홍역을 앓았던 양국이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갈등이 시작된 이후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할 유일한 해법으로 톱다운 방식을 끊임없이 지목했었다.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등 한일관계의 중대 사안들이 양국의 총리관저와 청와대에서 결정된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의 회담으로 양국의 모든 갈등 현안이 해결되지 않겠지만, 정상들이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싶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해석이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고 있다./나고야=연합뉴스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고 있다./나고야=연합뉴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내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일본 측과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전날 나고야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일본 언론이 보도한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논의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사안도 회담에서 나와서 서로 (정상) 회담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회담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번에 모테기 장관과 두 번째 만났다. 상당히 진지한 면담이었다”고 총평했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수출규제 및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현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 장관은 “어제 양측이 어렵게 합의를 통해 만들어놓은 양해 사항에 대해서 양국 수출 당국 간 대화가 개시되는 게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서로 있었다”며 “우리는 협의를 통해 일의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돼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강제징용 판결 관련해서 서로 간에 이견은 있지만 외교 당국 간 집중 논의를 해온 것을 짚어보고 앞으로 그러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전날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의 유예 결정과 한일 수출규제 관련 대화 재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일단 하나의 큰 고비를 서로 어렵게, 서로 간의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약간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가 생긴 것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도 전날 일본 외교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양국이 내달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박우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