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3·4분기 실적 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연말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큰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4분기 상장사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한 종목은 79개로 집계됐다. 종전과 비교해 영업이익 추정치 증가 폭이 가장 큰 종목은 한국조선해양(009540)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한국조선해양의 종전 보고서에서 올해 영업이익을 635억원으로 전망했지만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1,495억원으로 2배 이상 높여 잡았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조선·해양 수주목표(99억3,000만달러)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주가 약세로 이어졌다”며 “하지만 ‘LNG-DF VLCC’와 대형컨테이너선, 쉘의 LNG· LPG선 수주가 올해 4·4분기부터 내년 1·4분기에 확인되면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레저업체인 파라다이스(034230)도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졌다. 한화투자증권은 9월 파라다이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236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는 550억원으로 2.3배 올렸다. 또 신영증권은 삼표시멘트의 영업이익을 220억원에서 476억원으로 116.36% 늘렸다.
이들 종목을 포함해 이전보다 10% 이상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한 종목은 21개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35.56%), 하이록코리아(013030)(25.83%), 에스엠(041510)(22.88%), 한국금융지주(071050)(19.89%), 아모레G(002790)(17.71%) 등의 순이었다.
SK하이닉스(000660)는 메리츠종금증권·한국투자증권·SK증권·키움증권(039490) 등 4곳의 증권사가 모두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올렸고 CJ CGV(079160), LG전자(066570), 오리온(271560)은 증권사 3곳에서 이익 추정치를 상향했다. 미래에셋대우(006800)·삼천리(004690)·솔브레인(036830)·스튜디오드래곤(253450)·한진(002320)·인선이엔티(060150)·와이솔(122990)·에스엠·아모레G·JYP엔터테인먼트·CJ대한통운(000120)도 2곳 이상의 증권사들이 실적 개선을 예상했다. 쎄트렉아이(099320)·엠씨넥스(097520) 등 반도체·통신·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업종 관련 소재·부품·장비주들의 실적 기대치가 높아짐과 동시에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005940)·키움증권 등 증권주들의 실적 추정치가 잇따라 상향됐다.
이들 종목의 대부분이 지난 3·4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놓은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다이스는 3·4분기 영업이익이 411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251억원)보다 63.75%가 많았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3·4분기에 시장 기대치(402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57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아모레G도 1,2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으며 한전KPS도 컨센서스를 2배 이상 웃도는 53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 기대치가 낮아지는 종목도 적지 않았다. 현대일렉트릭·삼성중공업·현대로템 등은 이전 보고서에서는 흑자를 예상했지만 최근 리포트에서는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기업을 제외하면 제주항공(-92.58%)과 대한항공(-69.58%)의 실적 추정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외에도 아비코전자·현대리바트·삼성SDI·RFHIC·세아베스틸·CJ헬로·하이비전시스템·롯데쇼핑·코렌·다산네트웍스·무림P&P 등의 이익 추정치 감소율이 30%를 웃돌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한데다 4·4분기 기업 실적 전망도 그리 좋지 않아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 역시 개선될 가능성이 적은 편”이라며 “미중 무역협상 결과 등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 여부와 국내 기업 수출회복 등이 앞으로 기업들의 실적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