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탄핵 탈출구 찾는 트럼프, 나토서 방위비 압박 나서나

정상회의 참석 위해 英으로 출국

하원 법사위 청문회는 불참 통보

나토, 美예산기여 16%로 축소 등

성의 보였지만 만족할지는 미지수

방위비 2% 이행국 확대엔 만족감

이번 회의선 유화책 쓸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나라를 대표해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있을 때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우스꽝스러운 탄핵 청문회를 개최한다”며 “급진적 좌파가 미국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문회 일정이 나토와 같다”고 덧붙였다. 4일부터 열리는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를 겨냥해 탄핵 조사에 문제가 있고 자신은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탄핵 조사와 미중 무역협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창설 70주년 기념 나토 정상회의(3~4일) 참석을 위해 런던으로 출국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안보무임승차론을 제기해왔다는 점과 내년 대통령선거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방위비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탄핵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탄핵 조사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정치적 도전인 나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한다”며 “동행한 기자들이 탄핵 조사에 대해 질문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탄핵 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자신은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이날 백악관도 공개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법사위에 통보했다. 팻 시펄런 백악관 법률고문은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근거 없고 대단히 당파적인 청문회는 과거의 전례를 위반한다”며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청문회에 참석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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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면 다른 회원국에 대한 방위비 압박이 중요하다. 앞서 나토는 전체 운영예산 중 미국의 기여를 기존의 22%에서 오는 2021년부터 독일과 같은 16%로 줄여주기로 했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에 성의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절감한 금액(약 1억5,000만달러)이 적고 예산 기여금은 방위비와 별도여서 이 정도로 미국이 만족할 가능성은 낮다.

물론 미국이 줄곧 요구해온 국내총생산(GDP) 대비 분담금 비율 2%를 맞추는 나토 회원국이 지난 2016년 4개국에서 현재 9개국으로 늘어났지만 백악관은 방위비가 1.4% 수준인 독일 등에 증액을 요구할 방침이다.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고문을 지낸 제이슨 밀러는 “2016년 대선에서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이 나토 같은 동맹들이 공정하게 부담할 수 있게 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이었다”며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은 대통령이 일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며 그의 강력한 리더십을 계속 (국민들에게) 상기시킬 수 있기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회의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터키 문제, 화웨이를 겨냥한 5세대(5G) 보안 등이 다뤄진다.

다만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나토에 유화책을 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백악관은 “2024년에는 분담금 비율 2%를 충족하는 나라가 18개나 된다”고 만족감을 일부 드러냈다. WSJ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나토에 대한 백악관의 (발언의) 톤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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