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 사전 ‘딕셔너리닷컴’은 지난 2일(현지시간) 2019년 ‘올해의 단어’로 ‘existential(실존적인)’을 선정했다. 딕셔너리닷컴은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네 삶의 방식을 존속하기 위해 고심하는 느낌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며 올해의 단어가 선정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단어는 특히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말 그대로 미국에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할 때 사용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트린 것은 물론 한국·일본·유럽 등 동맹들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압박의 수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을 향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꺼내 들었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수입차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럽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가서도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나라에는 무역문제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엄포를 서슴지 않았다.
미국이 국내문제에 준해 다뤄온 특수 동맹인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습적 관세 부과를 선포한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작품이다. 그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주도했다며 이들 국가에서 들여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즉각 재개하겠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 결정은 해당 국가들은 물론 미국 내 관련 부처나 백악관 참모들도 모르게 내려진 것 같다는 것이 미 언론의 분석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철강 관세를 면제해줬고 이후 통상협정을 성실히 지켜왔기 때문이다.
상식을 뒤엎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미 언론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잇따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에서는 기존 합의도, 동맹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재선 도전이 1년도 안 남은 현재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수렁에 빠지자 보호무역주의의 무기를 마구 휘두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존적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2016년 그가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시절부터 제기돼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아래 그가 내세운 불법 이민자 추방,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파리기후협약 파기 등이 백인 노동자 계급 등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잠재적 위협이 현실화한 것이다. 내년 11월, 대선을 통해 미국 국민들은 이 실질적 위협을 계속 안고 갈지, 제거할지 선택하게 된다. 이는 선거라는 제도를 지닌 민주주의 국가에는 모두 적용될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실질적 위협을 제거한다고 해도 도사리고 있던 또 다른 잠재적 위협이 현실화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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