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시총 1조원 넘어도...리포트 안나오는 코스닥

최근 1년 보고서 발간 5건 이하

시총 상위기업 50곳 중 9곳 달해

에이치엘비 주가급등 7월이후 '0'

기업 정보 공개 적어 분석 어려움도

개인 묻지마 투자→변동성 확대 악순환




코스닥시장 종목에 대한 증권사들의 ‘보고서 편식’이 여전하다.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기업에 대해서도 지난 1년간 한두 건의 보고서가 나온 게 전부인 경우도 있다. 기업 정보의 부재가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를 불러오고 이 때문에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이 분석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50위 기업 중 최근 1년간 증권사에서 발간한 기업분석보고서가 5건 이하인 종목이 9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코스닥 시총 2위 기업인 에이치엘비(028300)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DS투자증권에서 4건, 한국투자증권에서 1건 등 단 5건의 보고서만 나왔다. 특히 에이치엘비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7월 이후에는 단 한 건의 보고서도 발간되지 않았다.


시총 20위인 셀트리온제약(068760)은 올해 초 상장협의회에서 발간한 기술분석보고서가 전부였으며 ‘남북경협주’로 알려진 아난티(025980)에 대한 분석보고서도 지난해 12월 키움증권이 발간한 후 1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한때 바이오업종을 이끌던 신라젠도 올해 3월까지 증권사 2곳에서 보고서를 낸 후 9개월째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시총 26위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 30위 코미팜(041960), 45위 국일제지(078130)는 최근 1년 동안 단 한 건의 보고서도 발간되지 않았다.



시총 규모보다 이들 종목의 리포트가 적은 것은 당연히 이들 기업에서 공개되는 정보가 적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종목을 분석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은 계량화된 수치다. 해당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순이익 등을 기반으로 현재 주가의 적정성을 판단한 뒤 투자의견을 제시하는데 일부 기업 특히 바이오 기업들은 현재 시점에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미미한 경우가 많아 분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올해 주가가 급등락했던 바이오 기업을 보면 대부분 적자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수치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 등을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임상 성공 여부 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시총이 크더라도 영업 규모가 너무 작을 경우 애널리스트의 분석 대상 순위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대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한 명이 담당하는 기업은 20~30곳에 달한다. 분석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된 상황에서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당연히 실적이 더 우량한 종목에 대한 분석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이치엘비의 경우 올해 3·4분기 매출액(개별 기준)은 193억원 정도에 불과했고 국일제지도 582억원 정도였다.

증권사에서 보고서를 내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거의 없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인다면 정보 공개가 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 종목의 특징 중 하나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이 적은 편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특히 개인의 경우 재무제표와 공시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보의 부재가 묻지마 투자로 이어지고 종목의 변동성을 키워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가들의 외면을 받아 다시 정보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더 많은 종목을 커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애널리스트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실 보고서가 없는 종목은 증권사 역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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