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양자 물리학·우주론...어렵지 않네

■마커스 사토이 지음, 반니 펴냄




양자 물리학, 우주론, 카오스 이론…. 천 단위만 넘어가도 암산이 어렵고 학교에서 배운 ‘뉴턴의 제1 법칙’이 무엇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한 보통 사람들은 이런 수학·과학 용어를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신간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는 솔직히 독자들이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빅 히스토리’를 쉽게 설명한 저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빌 브라이슨이 “어려운 주제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은 두 번 다시 찾기 힘들 것”이라고 극찬했을 만큼, 책은 어려운 과학 주제들을 나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저자는 ‘군론(group theory)’ 연구 분야에서 눈에 띄는 업적을 이룬 학자로, 지난 2001년 런던수학협회가 40세 미만의 뛰어난 수학자에게 주는 베릭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이기적 유전자’ ‘신 없음의 과학’ 등의 책으로 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리처드 도킨스의 뒤를 이어 ‘시모니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관련기사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우주는 무한한 공간인가’, ‘인간의 의식은 뇌의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현대과학으로도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저자는 지식이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 과연 존재할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우선 미지가 존재하는 영역을 ‘지식의 경계(edge of knowledge)’라고 부르며 여정을 시작한다. ‘혼돈 이론’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의 한계를 탐구하고, 물질의 구조에 대해 더는 쪼갤 수 없는 최소의 단위까지 파고든다. 이어 양자역학의 반직관적인 측면과 빅뱅, 블랙홀,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며 의식의 기원을 규명한다. 수학자인 자신의 지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는 해당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추가해 이해도를 높이려 했다. 특히 물리학자이자 신학자 폴킹혼과의 인터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과학과 신학의 미묘한 줄다리기’를 느낄 수 있어 흥미를 끈다. 이러한 여정을 함께 한 독자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그것을 설명하는 과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은 ‘우리가 절대로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유보한다. 하지만 저자는 독일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으면 침묵하라”라는 말이 “패배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알 수 없으면 상상력을 가동하라’는 말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미지의 영역’에 대한 설명은 철학과, 종교, 문학이 나눠서 져야 할 과제라는 얘기다. 2만8,000원.


연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