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뜬금없는 국민소득 7만달러 타령은 또 뭔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12일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까지 혁신적 포용국가를 완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힘입어 26년 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에서 6만달러로 높아지고 남북 평화경제가 이뤄지면 세계 최고 수준인 7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는 국민 모두가 안정되고 품격 있는 삶을 누리고 기본생활도 보장되는 사회가 실현된다는 식의 장밋빛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정책기획위는 소득 7만달러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단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제조업 강국과 연구개발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뻔한 주문을 내놓았을 뿐이다. 당장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잠재성장률 자체마저 추락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일경제를 거론한 대목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반도 경제공동체가 구축되면 국민소득 7만달러 시대가 열린다지만 남북의 경제력 격차 해소 같은 실현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남북평화의 전제조건인 북핵 문제를 외면한 채 ‘대북 환상’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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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경기가 추락하는 가운데 증세 카드를 꺼낸 점이다. 포용국가를 앞당기자면 복지 재정지출을 더 확대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과도한 법인세 부담과 거미줄 규제에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나가는 마당에 세금폭탄을 안긴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정부가 현금 살포식 재정확대와 복지를 남발해놓고 세금을 늘려 곳간을 채운다면 국부를 키우기 위한 미래 투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역대 정권마다 어김없이 중장기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정권 코드에 맞추다 보니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의 우리 경제는 주력산업 쇠퇴에 저성장 고착화마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럴수록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정작 필요한 규제 혁신이나 신성장동력 확충 전략이 실종된 장밋빛 청사진은 희망고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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