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발사업은 재무적인 기준으로 접근해서는 추진하기 힘듭니다.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을 확보하기까지 워낙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솔루션 개발기업 클로봇의 김창구 대표는 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국내 로봇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이르는 일명 ‘데스밸리’를 넘지 못해 경영난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50억원 정도 투자를 받아 로봇 기술을 개발 중인데 미처 완성을 못했다고 하면 다음 투자를 더 받아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애초부터 재무 리스크를 따져가면서 연구개발(R&D)을 하게 되기 쉽다”며 “이렇게 재무적인 관점에서 운용하면 로봇 분야에서는 성공적인 기술·상품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로봇 등의 개발에 실패를 겪더라도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문화가 산업계와 자본시장 전반에 조성돼야 한다는 게 조 대표의 제언이다. 아울러 “국내 로봇산업계에서도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제언했다. 개발 중인 기술이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기업이 있더라도 해당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적절한 단계에 새 인수자를 찾아 추가 투자를 받음으로써 보다 과감한 R&D를 할 수 있도록 M&A를 촉진하는 분위기가 로봇산업 전반적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 자신도 창업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고난을 극복해야 했다. 원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10년 정도 근무했던 그는 돌봄로봇 등을 개발하는 회사인 로보케어에 합류해 임원을 지냈다. 그러던 중 클라우드 기술 및 연관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보고 로봇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SW)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 지난 2017년 창업에 나서게 됐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는 “아직 클라우드로봇 솔루션 분야는 시장이 없다” “무모하다”는 만류가 많았다. 그는 창업 후 수개월간 사무실도, 직원도 없어서 혼자 커피숍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컴퍼니B·롯데엑셀러레이터·KB인베스트먼트·현대자동차·네이버 등의 투자지원을 받아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고 매출이 급신장했다. 창업 첫해에는 매출이 거의 없어 적자였던 회사가 이듬해 13억원의 매출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약 23억원대의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 그는 내년 매출이 더 껑충 뛰어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창업 2년 차의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초창기에 매출 기반을 닦은 것이다.
클로봇의 비즈니스모델은 일종의 구독경제다. 여러 로봇 메이커에 클로봇의 클라우드 기반 원격관제 시스템과 자율주행 솔루션 등을 탑재한 뒤 이후 클라우드를 이용해 해당 로봇의 SW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고 관리해줌으로써 그에 따른 대가를 얻는 방식이다. 자사의 솔루션을 탑재한 로봇들이 시장에 가급적 많이 깔려 있을수록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표는 클로봇의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탑재할 로봇을 공급받기 위해 중국의 글로벌 로봇 유통기업과 손잡고 국내 판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사의 솔루션을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벤더에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성남=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