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고]스웨덴 총리의 특별한 방문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사절단, 한국기업 기술력에 관심

호기심·열정서 스웨덴 혁신 느껴

양립 어려운 혁신·포용성장 실천

협치 절실한 韓에 좋은 롤 모델




무역협회에서 일하다 보니 국내 사절단을 해외로 보내고 해외 사절단을 맞는 일이 잦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기업인들은 그 어떤 사절단보다 특별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장기 휴가를 떠나는 북유럽에서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아스트라제네카·사브 등 스웨덴 경제를 대표하는 60개 기업에서 80명이 넘는 기업인들이 한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6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을 국빈 방문한 데 대한 답방이자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방한이라고는 하지만 통상 2∼3개국을 순방하는 기존 관례를 깨고 오직 한국을 위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으니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절단원의 면면도 놀라웠다. 스웨덴 최대의 가족경영그룹 발렌베리의 핵심 인물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을 비롯해 볼보·에릭슨 등 스웨덴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역임하고 지금은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의 회장으로 있는 레이프 요한손 등 누구 하나 범상한 인물이 없었다.

또 다른 놀라움은 이렇게 잘나가는 기업인들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얘기를 나눠야 할지 걱정했던 부분이 이들과의 만남 과정에서 일거에 해소됐다는 점이다. 관심 분야에 따라 우리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나눠 방문한 스웨덴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경영환경에 관심을 보이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 대해 알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한 스웨덴 기업인의 말에서 호기심과 열정이 스웨덴의 혁신을 만든다고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세계 최고 경쟁력의 바탕을 이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역협회는 이들의 방한에 맞춰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주로 AI 기술과 활용을 이야기할 때 저들은 AI와 사회적 책임, AI를 통한 지속 가능 발전, 혁신을 위한 대기업·스타트업 협력을 강조한 장면이었다. 스웨덴 기업인들이 신기술의 도입 단계에서부터 지속 가능과 포용을 논하는 모습은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들이 혁신과 성장 그리고 포용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가치들을 동시에 추구하는 힘은 합치를 향한 소통 노력과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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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한국과 스웨덴은 아주 오래전부터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시초는 스웨덴 기업 에릭슨이 조선 왕실에 최초의 전화기를 설치한 1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종 황제는 이 전화기로 백범 김구 선생의 사형 집행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스웨덴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의료진을 파견해 지금의 국립의료원의 모태가 된 야전병원을 운영했다. 그리고 수교 60주년인 올해는 여전히 중립국감독위원회 일원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 개최 등 비핵화 대화 재개를 지원하면서 한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인연이 아니더라도 스웨덴은 지속 가능성, 포용성장·혁신이라는 과제를 안은 우리 경제에 좋은 롤모델이자 협력 파트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면서 성장과 행복이 공존하는 포용 사회를 이루는 데 앞장서온 나라다.

뢰벤 총리 일행은 경제 5단체가 주최한 환영 만찬에서 양국 수교 60주년의 의미로 60갑자를 한 바퀴 돌고 새로운 간지를 앞둔 ‘환갑’에 비유하며 새 경제협력의 출발을 알렸다. 그는 국회 연설에서는 한국의 시조를 읊고 한국 기업인과 만나서는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그들의 염원과 열정에 화답할 차례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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