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투자환경 기업친화적으로 바꿔야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

내년 '100조 투자' 실현하려면

규제 개혁·정책 신뢰도 강화

경제 관련 형사처벌 수정 통해

기업가정신 살리는 환경 조성을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 전 금융연구원장김태준 동덕여대 교수, 전 금융연구원장



정부는 19일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어설픈 소득주도 성장 정책보다는 투자 중심의 총수요 확대를 통해 일자리 25만개를 창출하고 성장률 2.4%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공공기관 투자 60조원, 민간기업 투자 25조원, 민자사업 15조원 등 100조원의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투자 중심의 경제운용 전략은 작금의 침체된 경제 현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 평가된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투자촉진을 경제운용의 핵심으로 제시했지만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는 점이다. 올해 설비투자는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성장률은 정부의 예상보다 0.4~0.5%포인트 낮은 2%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진작이 성공하기 위해 정부에 의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및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한국의 투자여건에 대해 어떠한 평가와 인식을 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투기적 행위이므로 강력한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 내년 100조원 투자가 실제로 집행되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투자환경을 기업 친화적으로 대폭 전환해야 할 것이다.

먼저 경제 전반에 거쳐 손쉬운 가격통제보다는 자유시장에 의한 자원분배 메커니즘이 작동될 수 있도록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이 요구된다. 특히 갈라파고스류의 규제는 하루 속히 폐지돼야 한다. 현재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가 단순히 추가적인 규제를 억제하는 피동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주기적으로 기존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혁파하고 폐지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그 기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둘째,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제고, 예측 가능성 강화가 요구된다. 타다 금지법과 같이 정치적 요구에 의해 정부 입장이 바뀔 경우 정책에 대한 불신이 확산돼 민간부문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정책 전환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기보다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소통과 단계적 조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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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법치주의가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 기업의 불법행위는 물론 노조의 불법 파업행위나 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규정의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돼야 할 것이다. 넷째,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법인체 및 대표에 대한 각종 불합리한 경제 관련 형사처벌 조항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현재 약 2,200여개의 경제 관련 형사처벌 항목이 있는데 이런 환경하에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전과자가 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한편 정부는 내년도 SOC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배정해 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투자의 경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장시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투자지출을 소비지출과 같이 단순한 총수요 확대의 일환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경쟁력 강화와 잠재성장률 제고에 미치는 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투자분야와 추진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 핵심과제인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와 소득·자산 불평등 확산 그리고 사회적 갈등의 심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지출 확대와 더불어 장기적인 비전에 입각한 투자 결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실은 그 어떤 시기보다 당장 국민 개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미래가 충동하는 소위 ‘공유지의 비극’으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 경제가 과연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효과적으로 마련할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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