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뿔테 안경' 김정은, 국가건설 전반 문제 '해부학적' 분석

北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2일차

北매체 "경제·외교·국방 전반 과업 제시"

전문가 “내년 대단히 엄중히 여기는 방증”

“전원회의 계속된다”…3일차도 진행 예고

김정은(오른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틀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은 1980년 김일성 주석 당 중앙위 연설 장면./연합뉴스김정은(오른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틀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은 1980년 김일성 주석 당 중앙위 연설 장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이틀째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매체들이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는 계속 된다”며 지방 조직까지 평양으로 불러들인 이번 전원회의가 사흘 이상 진행 될 것임을 예고했다. 또 전원회의가 3일 이상 이어지면서 회의 결과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치들”과 “자립경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가건설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전면적으로, 해부학적으로 분석하였다”고 표현한 데 대해 주목하면서 현실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2020년을 대단히 엄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넘어 존망의 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에 초점 둔 김정은의 실태 보고

전일 1일차 회의 때와 비교해 경제 관련 2일차 회의에 대해서는 언급이 는 점도 주목됐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나라의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합리적으로 정돈하고 강한 규율을 세울 데 대하여서와 인민 경제 주요공업부문들의 심중한 실태를 시급히 바로잡기 위한 과업들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또 과학농사 제일주의, 과학연구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도, 교육·보건 사업 개선 방도, 증산절약, 질 제고 운동 등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일차 회의에 대해 “경제에 초점을 맞춘 김정은의 실태 보고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방향과 실천방안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라며 “국방이 아닌 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내년이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만큼 성과 도출을 강하게 의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임 교수는 “내용들만 보고 판단했을 때 새로운 경제정책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2일차 회의에서도 미국을 심히 자극할 만한 레토릭(수사)를 사용하지 않고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오른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6일 코트와 중절모 차림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사진 왼쪽은 집권 초기 김일성 주석.김정은(오른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6일 코트와 중절모 차림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사진 왼쪽은 집권 초기 김일성 주석.


엄중한 현실 속 ‘김일성룩’ 선봬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은 전일과 달리 뿔테 안경에 넥타이 없이 흰색 셔츠 차림으로 연단에 등장했다. 여러 개의 마이크 앞에 앉은 김 위원장의 모습은 과거 김일성 주석의 당 중앙위 연설 장면을 연상케 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래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패션을 선호해왔다. 할아버지처럼 전체 머리를 가르마 없이 뒤로 넘겨 빗는 헤어 스타일을 비롯해 의상도 할아버지 시대를 연상시키는 복고풍을 즐겨 입었다.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당시에도 ‘김일성 패션’을 추종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중절모와 오버코트 차림으로 전용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최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찾은 것 역시 김일성 주석의 과거 행보와 유사하다. 그간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백두산 일대 항일 빨치산 활동을 강조하면서 그가 백마를 타고 유격대를 이끌었다고 선전해 왔는데, 김 위원장이 마치 할아버지처럼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에 김일성 주석에 대한 북한 주민의 향수를 자극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약 45년 만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수일 간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현재 대내외 상황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이미 북한 내부 경기가 얼어붙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향후 외화난이 심각해질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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