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기자의 눈]어느 문학상의 '몰락'을 지켜보며

최성욱 문화레저부 기자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는 출판계를 뒤흔든 대표 사건 중 하나다. 수상자로 선정된 인물이 바로 미국의 포크록 가수 밥 딜러이었기 때문이다. 문학상 수상자가 작가가 아닌 가수라는 것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세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밥 딜런이 수상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뒤늦게 그가 수상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당시 노벨문학상 특수를 노리던 출판계는 흥행참패를 겪었다.


새해 초부터 국내 문학계에서 ‘이상문학상’ 수상 예정자들의 수상 거부 논란이 일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잇달아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국내 최고 권위의 이상문학상이 처음으로 수상자를 발표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문학상 주관사인 출판사가 수상작가에게 내민 계약서상 ‘양도’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이상문학상을 받으려면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라’는 조건을 수용해야만 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수상작품집 판매를 독점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창작물에 족쇄를 채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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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작가가 문학상의 주인공이 아닌 들러리를 서야 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국내 문학상들은 대부분 출판사에 위탁해 운영된다. 출판사는 소위 ‘돈이 될 만한 작가’들을 골라 소정의 상금과 함께 상장을 수여하고 해당 작품의 출판권을 소유하는 구조다. 책 판매로 얻는 수익이 문학상 운영에 드는 지출보다 더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출판사는 “경영이 어려워 2년 전부터 별도의 시상식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고 한다. 2014년 4,000억원대 대박이 났던 베스트셀러 동화책 ‘구름빵’의 작가와 출판사 간 불공정 계약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던 문학계의 현실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한 해외 유명작가를 국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출판사 관계자는 수상 작가와 그의 가족이 원하는 항공편부터 숙식, 심지어 화장실까지 온갖 요구를 맞추기 위해 직원 수 명을 일주일 넘게 동원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흔들리는 이상문학상의 권위 회복과 함께 국내 작가들도 출판사로부터 ‘특급대우’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secret@sedaily.com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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