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이 강의실 환경이 불편한 탓에 수업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교수가 수업마다 앞부분을 따로 보충수업을 해 주겠다고 하자 비장애학생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장애 학생은 수강신청을 철회했다.
#2. 우리나라 학생 10명 중 8명은 불평등이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능력에 따른 차등은 클수록 좋다는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두 사례는 평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평등(平等)의 사전적 의미는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으로 정리되어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사회에서 비장애 학생을 배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논리는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비장애 학생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특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 발로 걸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특권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장애학생에 대한 보충수업은 특혜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평등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능력주의를 선호하면서도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학생들도 논리의 모순에 빠져있다는 것. 흙수저 금수저 등 태어나면서부터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너무 다르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끼면서 능력에 따라 수익에 차등이 클 수록 좋다는 인식은 또 다른 흙수저와 금수저를 만들 뿐이라는 것.
사전적 의미를 머리에 담고 있다고 해서 평등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사회는 불평등한 사회라고 청소년들조차 말하지 않는가. 평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평등’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해석을 시작으로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갖춰야 할 시민의식 등을 다룬 책이 나왔다.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논픽션 시리즈 ‘이름 앤솔로지’의 첫번째 책 ‘평등 헤아리는 마음의 이름’이 그것. 책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진정한 평등의 의미를 살펴보고 역사적 사건마다 새롭게 해석되어온 평등이 인류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관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논픽션 작가이자 평등과 정의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나오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내가 바라지 않는 것이라면 남에게도 하지마라’을 통해 평등은 헤아려 이해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하라는 에티켓 차원이 아니라 평생 지켜야 할 태도이자 마음가짐이라는 것. 책은 평등이 왜 소중한 가치인지를 알려주고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이 공정한 분배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회의 평등만 추구해야 하는지, 결과의 평등은 결코 불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공정세대’인 청소년들이 만들어나갈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관을 그들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