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매트리스 강도가 더 부드러워지도록 조절했다. 잠들기 더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이리 저리 뒤척이다 침대 머리맡을 살짝 위쪽으로 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포근한 느낌을 받기 위해 매트리스의 온도를 높였다. 완벽한 수면 환경이 갖춰지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20 행사장 가운데에 누웠는데도 불구하고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수면테크(Sleep Tech)는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분야 중 하나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품들을 내놨다. 각 전시관마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모여 침대에 누워보고 베개에 머리를 대보고 웨어러블 제품까지 착용해보는 등 인기를 끌었다.
수면테크 제품 중 큰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역시 침대였다. 미국 업체 슬립 넘버(Sleep Number)는 ‘클라이밋360’을 들고 나와 CES2020 최고혁신상까지 수상했다. 이 침대는 매트리스 강도와 높이, 온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한 침대를 두 부분으로 나눠 2명의 이용자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온도 등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침대에 누워서 가장 편안한 강도와 온도를 몸으로 직접 느껴가며 설정하니 침대와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 동안 누워서 휴식을 즐긴 뒤 일어나자마자 이 침대 얼마냐는 질문부터 나왔다. 슬립 넘버 관계자는 “오는 2021년부터 판매가 시작된다”며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들려줬다. 침대에서 숙면을 취하는 동안 ‘슬립IQ’ 기술이 호흡과 심박수 변동, 일어나는 시간 등을 분석해 앱으로 제공한다.
한국 기업 텐마인즈가 선보인 코골이 전용 베개 ‘모션 필로우’도 많은 관람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잠을 자는 중 코를 골면 모션 필로우가 소리를 듣고 속에 내장된 4개의 에어백을 작동시켜 자연스럽게 높낮이를 조절해준다. 머리를 대고 누워봤을 때 에어백 하나가 천천히 부풀어 오르면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텐마인즈 관계자는 “잠을 깨우지 않고 효과적으로 코골이를 멈출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모션 필로우는 이미 미국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기존 베개 밑에 깔고 동일한 에어백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패드가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선 현재 서울대병원과 임상을 끝낸 뒤 봄쯤에 출시할 계획이다. 장대웅 텐마인즈 CEO는 “옆으로 누웠을 때와 똑바로 누웠을 때에 따라 더 세분화시켜 움직일 수 있는 다음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헤드밴드와 코골이 방지 벨트, 스마트 조명 등을 대거 내놓으며 수면테크 기술을 뽐냈다. 머리에 쓰는 ‘딥슬립헤드밴드2’는 잠이 들었을 때 더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필립스 관계자는 “이마에 닿는 부분에 있는 3개의 센서가 오디오 톤을 내보내 수면 품질을 높인다”고 밝혔다. 특히 미리 설정해놓은 기상시간의 5~30분 내외 중 가장 얕은 수면 단계에 도달했을 대 자연스럽게 깰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코골이 방지 벨트는 허리에 차고 잠을 잘 때 코를 골면 진동을 보내 자세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헤드밴드와 벨트 모두 잠을 잘 때 착용하기엔 불편할 것 같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