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회사원인 아드리안 부디안토(34)씨는 인도네시아 최대 승차공유 서비스 고젝을 이용해 출근한다. 대략 20분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2만5,000루피아(약 2,000원). 기본요금은 택시보다 비싸지만 인공지능(AI) 방식으로 실시간 교통량을 분석해 최적의 루트로 이동하는 덕분에 전체 요금은 택시의 반값이다. 스마트폰의 고젝 앱에는 충전형 간편결제 시스템 ‘고페이’가 탑재돼 하차 시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돼 편리하다. 게다가 음식 주문은 물론 대형마트에서 대신 장을 봐주는 고푸드, 고마트까지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두루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며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싱가포르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이 유일하게 시장 석권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 인도네시아의 풍경이다. 자카르타 길거리를 뒤덮은 녹색 물결의 주인공 고젝은 오토바이와 차량을 활용한 운송 서비스는 물론 음식배달·택배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로 ‘입고, 먹고, 쓰고, 타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녹색 헬멧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사람을 실어나르는 이륜차 공유업체로 시작한 고젝은 이제 페이(간편결제)·소액대출 등 금융업까지 진출해 ‘테크자이언트’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인구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는 고젝이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든든한 버팀목이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신용카드는커녕 은행계좌조차 없는 척박한 금융환경이 역설적으로 인도네시아를 ‘핀테크 대국’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기준 핀테크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1,146억원으로 2018년 투자규모(2,111억원)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했다. 국내 유니콘 핀테크가 수년째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한 곳뿐인 것과 비교해 동남아 지역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 8개 중 4개가 인도네시아 기업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국내 금융회사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하나은행이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고 P2P(개인간) 금융 벤처기업인 피플펀드는 현지 은행과 함께 P2P 대출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카르타=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