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신격호 별세] 토종 글로벌 호텔체인으로…불모지서 일군 '관광보국'

1973년 38층 롯데호텔 개관

'한국의 마천루' 찬사 이어져

오해 국내외 50곳으로 확대

“석유화학과 제철 산업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못했습니다. 그러나 호텔 산업만큼은 정말 세계적으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지난 2011년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역교육 사업과 관련한 행사장에서 울산시교육감에게 밝힌 글로벌 호텔 산업에 대한 포부처럼 그의 호텔 산업에 대한 사명과 애정은 남달랐다. 9년이 지난 현재 신 명예회장이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롯데호텔은 명실상부한 한국 토종의 글로벌 체인호텔로 우뚝 섰다. 현재 국내 20곳, 해외 12곳 등 총 32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해외 호텔을 30여곳으로 늘려 총 50곳으로 몸집을 키울 계획이다.


‘한국의 마천루’. 신 명예회장의 진두지휘하에 1973년 당시 동양 최대 초특급호텔로 장장 6년간의 공사 끝에 문을 연 롯데호텔에 붙은 찬사였다. 지하 3층, 지상 38층의 최고층 빌딩으로 1,000여개의 객실을 갖춘 롯데호텔 건설에는 6년여 동안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에 버금가는 1억5,000만달러가 투자됐다. 롯데의 근간인 롯데백화점이 지어지기 이미 6년 전에 롯데호텔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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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명예회장이 호텔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것은 호텔업이 기간산업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호텔 사업 구상은 신 명예회장 개인적으로는 모험에 가까웠다. 투자한 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기업인으로서 고민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관광 불모지 한국의 인프라를 먼저 떠올렸다. 신 명예회장은 투자회수율이 낮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관광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내 조국에도 기념비적 건물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은퇴를 할 나이임에도 신 명예회장이 ‘관광보국(觀光報國)’이라는 경영철학을 강조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롯데호텔은 이후 올림픽을 즈음해 1988년에 서울 소공동 신관과 잠실 롯데호텔을 개관하고 ‘88 서울올림픽’이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호텔은 1992년 업계 최초로 2억달러 관광진흥탑을 수상하며 다른 외국계 체인호텔들과 달리 외국에 한 푼의 로열티도 지불하지 않는 국내 호텔 체인을 완성했다.

2010년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해외사업을 시작한 롯데호텔은 미국과 러시아·일본·우즈베키스탄·베트남·미얀마 등 7개국에서 직영·위탁경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7월)와 사마라(11월)를 잇따라 열어 러시아에서 입지를 다졌다. 오는 2022년 12월 하노이에서 250실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L7’을 열고 2024년 2월에는 호찌민에 새로 건설하는 에코스마트시티에서 300실 규모의 5성급 호텔을 개장한다. 2015년 인수한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객실 점유율 90%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의 장래를 깊이 생각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호텔롯데는 상장을 앞두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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