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연장 접전끝 20승 놓친 박인비 "이런 것도 골프"

■LPGA 다이아몬드 리조트 최종

3번째 연장 티샷 물에 빠져 탈락

13언더파로 공동 준우승 했지만

반년만에 최고성적 '부활 날갯짓'

'막판 버디쇼' 허미정은 공동 4위

박인비가 20일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연장전에서 퍼트를 하고 있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AFP연합뉴스박인비가 20일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연장전에서 퍼트를 하고 있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AFP연합뉴스




박인비가 20일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AP연합뉴스박인비가 20일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AP연합뉴스


11위에서 출발해 공동 4위로 마친 뒤 갤러리들에게 인사하는 허미정. /레이크부에나비스타=AFP연합뉴스11위에서 출발해 공동 4위로 마친 뒤 갤러리들에게 인사하는 허미정. /레이크부에나비스타=AFP연합뉴스


“이런 것도 골프죠, 뭐.”

박인비(32·KB금융그룹)는 20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20만달러·우승 18만달러) 3차 연장에서 탈락한 뒤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석 달 전 국내 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2라운드 뒤에 했던 말과 똑같다. 당시 박인비는 1라운드에 7오버파 79타를 치는 등 이틀간 10오버파 95위로 컷 탈락했다.


똑같은 말이었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어쩌면 ‘박인비 시대’와의 작별을 예고하는 듯했던 그 말이 지금은 부활을 향한 확신처럼 들렸다. 박인비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포시즌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해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를 적었다. 합계 13언더파로 하타오카 나사(일본), 가비 로페스(멕시코)와 18번홀(파3·197야드)에서 연장을 치른 그는 세 번째 연장에서 티샷을 물(페널티 구역)에 빠뜨리면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연장 전적은 3승5패다. 로페스가 7차 연장에서 버디를 작성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지난 2018년 3월 파운더스컵 이후 1년10개월 만의 우승에 가까이 갔던 박인비는 LPGA 투어 통산 20승을 미루고 공동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아칸소 챔피언십 1타 차 공동 2위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 2007년 데뷔 이후 통산 백 번째 톱10 진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스퍼트를 선언한 후 첫 대회에서 곧바로 뚜렷한 성적을 내면서 골프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박인비가 시즌 개막전에 출전한 것은 4년 만이다. 2016시즌 개막전에서 첫날 80타를 치고 기권했던 그는 그해 부상 속에서도 2위와 5타 차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현재 세계랭킹 16위로 한국 선수 중 여섯째인 박인비가 2회 연속 올림픽에 나가려면 6월까지 15위 안에 들면서 한국 선수 상위 4명 안에 있어야 한다. 6월까지 거의 모든 대회 출전을 계획하며 독기를 품은 이유다.



연장이 진행된 18번홀은 시작부터 물을 건너 쳐야 하는 가장 어려운 홀이다. 1~4라운드에서 5명만 버디를 기록했다. 박인비의 대회 첫 보기도 3라운드에 이 홀에서 나왔다. 연장 1·2차전에서 물과 먼 오른쪽을 공략해 계속 파를 적은 박인비는 3차전에서 하타오카와 로페스가 너무 오른쪽으로 쳐 둘 다 그린에 올리지 못하자 승부수를 던졌다.

5번 우드로 친 티샷이 핀 방향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끝에서 공이 살짝 왼쪽으로 휘었다. 왼쪽으로 부는 바람의 영향도 있었다. 일직선으로 갔다면 그린에 올라가 핀 쪽으로 굴러갔겠지만 공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크게 튄 뒤 물에 빠졌다. 그린 앞 페널티 구역 라인 바깥에 떨어진 뒤 튀었기 때문에 세 번째 샷으로 티샷을 다시 해야 했다. 이번에는 핀 방향으로 쭉 날아갔다. 그린 뒤 러프에 멈춘 샷은 첫 바운드가 홀 바로 뒤일 정도로 정교하고 공격적이었다. 샷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타오카와 로페스가 파를 기록해 탈락한 박인비는 “18번홀이 어제오늘 발목을 잡았다. 오늘 언더파를 쳤으면 우승했겠지만 이런 게 골프인 것 같다”며 “오늘만 조금 아쉬웠을 뿐 이번주 좋은 경기를 했다. 확실히 자신감을 얻었고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성기 때 썼던 퍼터와 같은 모양의 모델을 들고 나온 박인비는 마지막 날 퍼트 수가 32개로 불어나기는 했어도 라운드당 28개로 희망을 봤다. 이번주 게인브리지 대회에서 20승에 재도전한다.

2타 차 2위였던 김세영은 1타를 잃어 10언더파 공동 7위로 마쳤다. 허미정은 버디 10개(보기 2개)로 8언더파를 몰아쳐 12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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