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윤종원 대화 요구에 당정만 나오라는 기은 노조

[기업銀 노사대치 장기화 조짐]

18일째 출근불발...금융권 최장

한노총 위원장 선거의식 강경 일관

인사지연에 기업 이미지도 실추

노조 기득권지키기에 비난 커져




윤종원 IBK기업은행(024110)장에 대한 기업은행 노조의 출근 저지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2013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14일) 기록을 넘어 최장기 기록을 이미 경신했다. 윤 행장이 출근하지 못하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은행 수석부행장 등의 임직원 인사까지 지연되고 있다. 더구나 노조가 한국노총 선거를 의식해 출구를 막은 채 강경노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더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노조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경영 공백에 은행 이미지 실추까지 이어져 결국 피해는 중소기업 등 고객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윤 행장은 공식 임기 18일 차를 맞은 20일에도 서울 을지로 본점 집무실에 출근하지 못했다. 이날도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행장’ 반대를 외치며 정부 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윤 행장이 직접 노조에 대화를 제안하며 갈등을 해소하려 했지만 노조는 윤 행장과의 대화는 ‘당정청’의 사과 이후에 가능하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2017년 대선 당시 약속을 어겼다는 반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행장이 자격이 미달하는 인사라면 모르겠지만 경제금융 청와대 비서관을 전 정부에서 했고 우리 정부에서는 경제수석을 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을 거쳐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민간은행 인사라면 모르지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대한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분명하게 밝혀 당정이 나설 수도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낙하산 인사 비판을 일축한 상황인데도 노조가 ‘당정’만을 대화 상대로 고집하면서 사태 해결은 더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채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유지하자 기업은행 내부에서조차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부 출신 행장 시절 외풍을 막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었다”며 “윤 신임 행장의 능력과 자질을 따져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파벌 싸움이 커진 내부 행장 인선보다는 힘 있는 외부 출신 임명을 선호했다”며 “대화조차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상화의 물꼬는 21일 열리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트일 것으로 보인다. 지지세를 확대해야 하는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후보 모두 21일 선거 이후 기업은행 노조 시위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물론 한국노총이 현재 집권 여당과 공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인사권까지 천명한 기업은행장의 출근 저지 시위에 실제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노조도 한국노총 선거 직후부터 ‘투쟁’ 동력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한 차례 노조 대회 등을 개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13일 3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임상현 수석부행장과 배용덕·김창호·오혁수 부행장의 임기가 이달 끝난다. 계열사에서는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등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못해 경영 공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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