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돌이켜보며 각종 숫자들에 대해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63’과 ‘317’이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상장된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의 청약경쟁률이다. 두 공모주에 몰린 일반투자자의 청약증거금은 12조5,000억원에 달했다. 일반투자자들에 의한 2019년 상업용 부동산 리츠의 약진은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증권사들도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공모리츠’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공모리츠는 두 가지 이유에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 지난해 4월 정부가 사모리츠·펀드가 보유한 토지에 매겨지던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을 축소(공시지가 기준 세율인상 0.2%→최대 0.4%)하고 공모리츠에는 혜택을 유지하는 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따라서 2018년 말 기준 AUM(운용자산) 68조원에 이르는 비상장 리츠가 상장 리츠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인구 구조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 니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온라인 커머스 발전에 따른 리테일 산업 개편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리테일 강자들로 분류되던 오프라인 점포 기반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리테일과 부동산 자산은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됐으나,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에 따라 다점포는 수익보다 비용을 유발하는 경쟁 약화요소로 인식되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편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한국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약 3.93%로 미국 4.3%, 호주 4.9%, 싱가포르 5.8%, 일본 4.0%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하며 주식시장 내 리츠 비중 또한 0.04%로 미국과 일본의 2.5~2.9%에 비해 현저히 낮다. 향후 코스피 내 리츠 비중이 증가하더라도 배당수익률의 상승 없이는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의 리츠화가 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리테일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14.15%에 달해 전체 리츠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말 국내 부동산 규모는 1경2,000조원, 이 중 순수 상업용 부동산 규모는 894조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전체 리츠 중 약 9.3%의 비중에 불과한 리테일 리츠의 추가적인 시장 유입만으로도 리츠 전체의 수익률 향상을 이룰 수 있음을 암시한다. 상업시설의 도시 집중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리테일 자산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복합형 근린생활시설(배당수익률 6.4%), 호텔·리조트(7.69%), 물류(6.1%) 등 고배당을 보장하는 자산의 ‘다물(多物) 리츠화’가 공모리츠 시장 성장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단, 상업용 부동산 리츠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테일 기업 및 증권사들이 리츠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비선호 자산, 매각이 어려운 자산들 위주로 리츠를 구성해 끼워팔기 식으로 판매하거나, 리츠 인기를 틈타 블라인드 펀드 등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기업 주도의 투자 수단으로 리츠 시장을 바라본다면 투자자들의 냉담한 평가에 마주하게 될 것이 명확하다. 리츠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없다면, 19년 만에 한국 리츠 시장에 찾아온 일반투자자들에 의한 선순환적 시장 활성화 기회를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