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민노총에 성찰적 변화 촉구한 노동계 원로들의 호소

1987년 민주항쟁 당시 노조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 원로 12명이 5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을 향해 제1노총의 지위에 걸맞게 책임 있는 자세로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원로들은 “투쟁만으로 가능하다면 모르지만 이게 아니라면 사회적 대화 같은 다양한 방식의 교섭전략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민노총이 갖고 있던 운동 철학에 성찰적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로들의 쓴소리는 민노총이 수적으로 제1노총이 됐음에도 권한만 앞세운 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을 질타한 것이다. 민노총은 현 정부 들어 무섭게 팽창하며 조합원이 2018년 말 현재 96만8,035명까지 늘었다. 덩치는 커졌지만 파업과 농성·시위 등 투쟁 일변도의 비타협적 노선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노사분규로 일을 하지 못한 노동손실일수가 일본의 173배에 달한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불참하며 새로운 노정협의의 틀만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은 세계 130위권까지 떨어졌다. 대신 70여개 정부 위원회에서 더 많은 몫을 요구하고 있다. 회원 대다수인 대기업과 공공 부문의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이 짜이면서 노노갈등은 도리어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라서 ‘열’을 받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라서 ‘넷’도 못 받는 세상이 됐다”는 원로들의 말은 민노총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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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은 이날 “이름뿐인 총파업을 넘어 더 담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은 뒤로하고 세력 키우기에만 급급한 채 기득권 집단이 돼가는 모습을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플랫폼 노동 확산 등 근로 형태가 빠르게 바뀌고 경제마저 위기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데 민노총은 언제까지 철밥통 시대의 노사문화에 빠져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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