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누가 될지 점치기 힘들다. 그뿐이 아니다. 후보 지명자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처럼 중도주의자일지, 아니면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같은 당내 좌파의 대표주자일지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누가 지명되건 민주당이 백악관을 접수하고 상원까지 탈환하기만 하면 정책적 차원에서 볼 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샌더스가 제안한 대규모 지출확대를 우려하는 중도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안심해도 좋다. 그런 일은 결코 없을 테니 말이다. 바이든이 행여 공화당 핵심정책의 일부를 수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진보주의자들 역시 안심하라. 그는 공화당의 어젠다를 차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집권당이 될 경우 민주당은 아마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증세를 단행할 테지만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3년간 도널드 트럼프 치하에서 터득한 교훈을 되새겨보라. 트럼프는 ‘다른 종류의 공화당원’임을 자처하며 2016년 대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사회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축소하거나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성격이 판이하다. 공화당이 백인 민족주의자들과 연합한 한 줌의 억만장자들을 떠받드는 단일체인 데 비해 민주당은 여러 이익단체들로 구성된 연합체다. 그러나 오히려 이는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온건한 진보주의에서 벗어나 당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더더욱 힘겹게 만든다.
샌더스는 야심만만한 어젠다를 가졌다. 전 국민 의료보험은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재원마련은 쉽지 않다. 현대 통화이론은 국가재정의 제약을 제거하지 못한다. 샌더스의 비전을 현실화하려면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대상으로 대규모 증세를 단행해야 한다. 증세하지 않으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따라오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설사 샌더스가 백악관에 입성한다 해도 자신만큼 과격하지 않은 의회와 대중을 상대해야 해 원하던 것보다 훨씬 온건한 어젠다에 만족해야 한다. 샌더스의 열광적 지지자들은 숨어 있는 다수의 미국인들을 찾아내 공격적인 대중주의 어젠다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의회까지 등에 업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중간선거에서 한 차례 시험을 거친 바 있다. 진보진영은 트럼프 강세 지역에서 많은 후보를 내세웠지만 전멸했다.
중간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의 완패를 지켜본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샌더스의 당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는 결이 다른 걱정을 하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급진적 대통령이 나올까 염려하는 중도파는 안심해도 좋다. 샌더스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과격한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은 어떨까. 샌더스 진영은 바이든이 사회안전과 의료보험을 대폭 축소한다는 폴 라이언의 계획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짓이다. 과거 바이든은 사회안전을 소폭이나마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워싱턴 정가의 이른바 ‘조정’ 의견에 곧잘 맞장구를 치던 대단히 진지한 정치인이었다. 당시 사회안전 조정의 필요성은 정치권에서 나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이슈들에서 좌측으로 이동했고, 바이든 역시 당과 보조를 맞췄다. 그에게 공화당과 대타협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조금 남아 있다손 치더라도 당 내부의 엄청난 반발로 어쩔 수 없이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샌더스가 당선될 경우 사회안전망이 대폭은 아니라도 제법 크게 확대될 것이고 이에 소요되는 경비는 부유세를 신설해 충당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이 승리한다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선 가능성은 유권자들의 후보 선호도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민주당의 총선과 대선 승리 여부는 더없이 중요하지만,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는 별문제가 아니다.
누가 후보로 지명되건 민주당은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샌더스 타입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중도주의자라면 그가 급진적이기는 해도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약속했던 정책들이 온건하게 다듬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급진적인 샌더스 지지자들은 오늘날 중도성향의 민주당원들조차 상당히 진보적인 색깔을 가졌고 그들과 공화당의 트럼프주의자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틈새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민주당원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 같은 믿음이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