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원태의 반격...송현동 땅·왕산레저개발 연내 매각

주총 앞두고 재무구조개선 승부수

거버넌스委 신설 투명경영 강화도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이 대한항공(003490)의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경영쇄신안을 먼저 제안하며 KCGI·반도건설·조현아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6일 서울 중구 서소문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토지·건물 및 왕산레저개발을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왕산레저개발 등을 연내 매각하기로 한 것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막는 동시에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을 맡았던 곳으로 매년 적자를 내 골칫거리가 됐다. 조 회장은 아울러 반(反) 조원태 연합과의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이날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 대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신설되는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의한 안건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회사의 굳은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7일 한진칼(180640) 이사회를 개최하고 그룹 차원에서 경영쇄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쇄신안에는 대한항공 경영쇄신안과 비슷하게 주주가치 제고, 투명경영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0715A14 한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일 내놓은 대한항공 경영쇄신안은 크게 세 가지 의미다.

먼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맡았던 호텔 사업 매각으로 경영능력 부재를 공론화해 복귀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자산 매각, 비수익 사업부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한편, 대한항공의 지배구조 선진화에 선제적으로 나서 소액주주 표심을 얻어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도 있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부동산 매각은 조 회장이 경영권 유지 명분의 밑거름이다. 특히 비수익 사업 정리 등 재무구조 개선은 KCGI를 비롯한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이고 조 회장의 경영능력 증명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조 회장은 주총에 앞서 주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한편 유휴부지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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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송현동 부지는 삼성생명이 국방부에서 토지를 매입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무산돼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2,900억원에 인수했다. 한진그룹은 한옥형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추진했지만, 주변에 위치한 학교 시설에 따라 적용되는 학교보건법 때문에 호텔 건립이 진행되지 못했다. 주변에 교육시설, 경복궁 등 사적이 있어 상업개발이 제한돼 현재 시세는 주변보다 낮은 5,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부지를 매각하면 2,000억원의 매각차익, 연 200억원 수준의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KCGI가 주장했던 왕산레저개발 매각은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곳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1년 인천광역시와 ‘왕산마리나 사업’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대한항공이 1,493억원을 투자하고, 인천광역시가 167억원을 지원해 운영됐다. 왕산레저개발은 매년 적자가 지속되며 산업은행에서 799억원을 차입했지만 상환 여력이 없어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갚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이번 이사회에서 비핵심사업과 유휴자산 중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연내 매각을 공표한 것이 주주들에게 본인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명분을 제시하는 한편,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 사업에 애착이 큰 조 전 부사장이 왕산레저개발 대표를 맡으며 적자가 지속됐을뿐 아니라, 송현동 부지 한옥 호텔 건립 사업 중단,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개발 중단 등 호텔사업도 그룹의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를 대외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조 회장의 계획대로 매각이 완결된다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역시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여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개편,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등으로 ‘투명경영’을 강조하며 지배구조개편을 내세운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연합군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역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오는 7일 예정된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투명화 △조 전 부사장 입지 약화 등을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경영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 경영쇄신안이 조 전 부사장 측이 내놓을 주주제안보다 주주들의 표심을 자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KCGI는 대한항공 이사회에 앞서 조 회장의 경영 쇄신안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KCGI는 “경영진이 올해도 또 다른 미봉책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지위 보전에 급급한 대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이번 공동보유 합의는 단순히 가족 간 분쟁이 아닌 그룹을 특정개인의 사유물과 같이 운영하는 경영체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2조3,000억원, 영업이익 2,909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 56.4%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5,708억원으로 지난해 적자규모의 5배를 넘어섰다. 대한항공은 “한·일 갈등,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중·장거리 노선 승객 확보, 카카오사업 제휴 등 협력을 확대해 수익성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서종갑기자 see1205@sedaily.com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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