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민주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코커스 이후 후원금이 쏟아지는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텃밭인 뉴햄프셔에서 그를 앞서는 여론조사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부티지지 전 시장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민주당 내 중도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보스턴글로브가 WBZ-TV, 서퍽대와 공동으로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뉴햄프셔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티지지 전 시장은 25%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뉴햄프셔 인근인 버몬트 상원의원인 샌더스는 24%에 그쳤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4%,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에 불과했다. 오차범위(±4.4%p) 내지만 부티지지 전 시장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아이오와 다음으로 치러지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11일 진행된다.
부티지지 전 시장에 대한 후원금도 쇄도하고 있다. 부티지지 대선캠프는 아이오와 코커스 다음날인 4일 0시1분부터 7일까지 400만달러(약 48억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4일 이후 후원자만도 약 3만명 늘었고 총후원금의 3분의1가량이 신규 후원자라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다만 뉴햄프셔의 최종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CNN이 4~7일 뉴햄프셔대를 통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8%가 샌더스 의원을 첫손에 꼽았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21%로 나왔다. CNN은 “부티지지 시장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며 “그의 상승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하락세와 맞물려 있으며 중도층과 노년층에서 부티지지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티지지 전 시장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극심해지고 있다. 대세론이 위협받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우스벤드 시장 외에 더 높은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누군가를 후보로 지명하면 당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샌더스 의원은 “부티지지는 10명이 넘는 억만장자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나는 0명”이라며 “미국 정치의 변화는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서 많은 돈을 받는 누군가로부터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이 재계에 포획돼 있다는 뜻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