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가들에게 올해 가장 주목받는 주식은 아마도 테슬라일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배 이상 뛴 탓에 거품인지 아니면 미래 가치가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과거를 돌아보면 급등한 주가에 관한 논쟁은 테슬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기업도 초창기에 비슷한 논쟁을 겪었다. 그렇다면 초창기 혁신 기업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크레디트스위스홀트(HOLT)에서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4단계로 나눈다. 우선 1단계인 창업 단계에서는 기업의 수익성이 회사의 자본 비용보다 낮다. 즉 사업을 하면 할수록 돈이 빨려 들어가는 상태이다. 하지만 영업이 초창기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시기를 지나면 수익성은 급격히 자본 비용을 웃돌면서 높아진다. 이어 수익성과 자본비용이 비슷해지는 손익분기점에 이르고 영업이 성장하는 단계가 된다. 즉 현재의 테슬라는 그러한 단계에 도달해 있고 통상적으로 이런 단계에 자본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수익성이 계속 증가하면서 자본 비용을 뛰어넘기 시작하면 소위 말하는 스타 기업이 된다. 크레디트스위스홀트에서 보면 현재 자동차 회사 중 페라리가 이러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가 계속되면 기업의 수익성이 자본 비용을 상회하기는 하나 수익성 자체는 하락하는 국면을 맞게 된다. 변화하는 시장 속에 ‘영원한 혁신 기업’이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그런 단계에 BMW나 벤츠 같은 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이런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을 최대한 방어할 것인가이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회사들이 절대적인 수치는 높지 않지만 자본비용만 웃돌면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주가 수익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 해당 산업이 존재하는 한 영속 가능한 기업에 가까운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혁신의 부족 또는 해당 산업의 변화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자본 비용 아래로 떨어지면서 적자 기업의 나락으로 빠지는 단계이다. 금융위기 시절 GM이나 닛산이 이러한 단계에 속해 있었다.
그렇다면 창업 단계의 성장 기업의 주가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성장기업은 항상 현금 흐름 할인법 등과 같은 전통적인 밸류에이션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에 주가가 거래된다. 투자자들은 그런 기업들의 현재보다는 미래의 청사진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도 현재 실적을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가치를 평가해본다면 지금 주가가 2~3배 과대평가됐다. 하지만 테슬라가 포르쉐가 지난 10년 동안 그랬듯 매년 20% 정도 매출액이 늘면서 영업마진도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주가는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성장하는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본인이 생각하는 회사의 미래를 믿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