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기후변화와 샌더스의 마술적 사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2050년까지 완전 탈탄소화 목표

천연가스·원전 신속한 폐쇄 주장

하지만 단기간 전력원 대체 힘들어

샌더스 '녹색플랜' 냉철한 평가 필요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의 대선후보 지명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애를 태우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샌더스가 공언한 민주사회주의가 중도파 유권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켜 도널드 트럼프 재선 가도의 길을 터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은 그가 제시한 프로그램이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는지가 아니라 과연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은 샌더스에 대한 상대평가를 중단하고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이 어떤 모습일지 물어야 할 때다.

우선 그가 “미국이 직면한 유일무이한 거대한 도전”이자 “지구촌의 비상사태”로 지목한 기후변화부터 살펴보자. 샌더스는 미국이 오는 2030년까지 발전과 수송용 동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화를 이루기 원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하느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의 탄소배출 감소폭은 전 세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일등공신은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새로운 수압파쇄 공법 ‘프래킹(fracking)’이었다. 지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약 15%가 감소했다. 영국의 탄소배출 연구기관인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를 끌어낸 주된 요인은 석탄 화력발전에서 천연가스로의 이동이었다. 전체 탄소배출 감축량의 33%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태양열 발전에 의한 탄소배출 감소량은 3%에 그쳤다. 그럼에도 샌더스는 천연가스에 반대한다. 추가로 프래킹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향후 5년 이내에 미국 전역에서 이 같은 공정 자체를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천연가스 공장도 신속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연가스는 오늘날 미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30%를 담당한다. 반면 풍력과 태양열 비중은 5% 미만이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불과 1~2년 안에 재생에너지 상품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전력원으로 가스를 대체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전력회사에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태양열과 풍력은 간헐적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이들을 이용해 하루도 빠짐없이 각 가정과 기업·공장 등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제공하려면 백업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샌더스는 이에 대한 해법을 갖고 있다. 바로 저장이다. 마치 배터리처럼 방대한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면 백업 동력원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충분한 저장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에너지 싱크탱크인 청정공기특별위원회(CATF)는 캘리포니아주가 재생에너지로 소요전력을 100% 대체하려면 3,630만㎿H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는 15만㎿H의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몇 년 안에 전력 저장능력을 2만4,000% 확충해야 한다. 청정에너지를 이용해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가 있다. 바로 원자력이다. 현재 미국의 전체 발전량의 20%를 원전들이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원전이 최대 전력공급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스웨덴에서는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40%를 공급한다. 이들 두 나라의 국민 1인당 탄소배출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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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샌더스는 원전마저 반대한다. 실제로 그는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의 모든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을 둘러싼 대중의 공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잇따라 발생한 대형 원전사고가 감정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화석연료로 인해 매년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옥스퍼드대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원전은 석유에 비해 250배, 석탄에 비하면 무려 300배 이상 안전하다.

이건 분명히 해두자. 천연가스와 원전 모두 결점이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오늘날 완전한 에너지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촌은 비상사태에 직면한 상태고 우리는 지금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필요로 한다. 내일은 너무 늦다. 이론만으로도 안 된다. 바로 지금 행동해야 한다.

샌더스의 녹색에너지 ‘플랜’은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플랜은 2030년까지 발전과 운송 분야의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끌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미국 전체 발전량의 60%를 담당하는 단 2개의 저배출가스 에너지원의 신속한 폐쇄를 요구한다.

샌더스의 플랜은 필자를 궁금하게 만든다. 민주당 유권자들이 고려해야 할 샌더스의 문제가 과연 선거에서의 당선 가능성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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