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보수재건 깃발 올린날...'TK물갈이' 분열 불씨

[미래통합당 출범]

탄핵의 강 건넜던 유승민 불참

PK 친박 정갑윤·유기준 불출마

TK선 용퇴 없어 공천배제 추진에

"어려울때 우리가 당 지켜" 반발

이번주 공천 면접 분수령 될듯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정병국·이언주 의원, 장기표 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권욱기자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정병국·이언주 의원, 장기표 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찢어졌던 보수진영이 3년 만에 다시 뭉쳐 미래통합당으로 17일 새 출발했다. “역사적인 과업을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다만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던 유승민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고 신당이 출범한 날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의 공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번 주 공천면접에서 ‘도로 새누리당’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TK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집단 반발로 당이 재분열할 불씨도 살아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정병국 의원, 이언주 의원,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장기표 통합신당준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를 열고 신당을 발족했다.

미래통합당은 황 대표가 지난해 11월 보수통합의 운을 띄운 지 넉 달 만, 1월1일 “분열은 불의” 발언으로 속도를 낸 보수통합이 4·15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한 달여 만에 출범했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진영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큰 걸음을 힘차게 내딛었다”며 “가속도를 붙여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고 대한민국을 살리자”고 강조했다. 통합의 의미를 살려 신당의 지도부는 한국당 지도부 8명에 원희룡 제주지사, 새보수당, 전진당, 과거 안철수계에서 각각 1명이 최고위원을 맡기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통합의 깃발을 들어 올린 무대 밖의 분위기다. ‘탄핵의 강’을 건넜던 주요 인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탄핵의 강을 건너고 새집을 짓자고 했던 유 의원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출범식 전 부산 지역 유기준 의원과 울산이 지역구인 정갑윤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소위 ‘친박’으로 분류됐던 중진들이 최초로 용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한국당에 복당한 인사들이다. PK 지역의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과 여상규 의원, 김세연 의원 등 중진들이 보수분열에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와 유승민 의원이 보수통합을 위해 용퇴를 결정할 때도 이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통합이 이뤄지는 날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PK 지역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진박 공천’ ‘공천살생부’로 죽기 살기로 싸우며 공천 파동을 일으켰고 원내에서마저 찢어지며 탄핵의 강을 건넜던 중진들이 대부분 용퇴를 택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제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정갑윤 의원(왼쪽)과 유기준 의원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제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정갑윤 의원(왼쪽)과 유기준 의원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공천의 칼날은 당내에서는 결국 정종섭 의원 외에 누구도 용퇴를 밝히지 않은 TK 의원들로 향하게 됐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모든 게(비박 의원 용퇴) TK 물갈이를 위해 무대를 깔아준 것”이라며 “물갈이가 없으면 ‘도로 새누리당’ 비판은 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주 19일 TK 의원들의 공천 면접이 시작된다.

이번 총선에서 TK 지역 공천 경쟁률은 4.6대1로 전국 평균(2.8대1)을 웃돈다. ‘공천=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여기에 TK 지역의 주요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끝까지 반대하며 당에 남은 의원들이다.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6일 TK 3선 김광림 의원이 “어려울 때마다 ‘우리 당을 지켜달라’고 호소한 역대 지도부였는데 지금 ‘TK 지역 현역의원 몰살론’까지 떠돈다”고 반발했다.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대구 지역 중진인 주호영 의원도 이날 “칭찬은 못 해줄 망정 왜 실컷 지지하고 봉사만 하고 물갈이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 공천 면접 이후 TK 지역 의원들을 대거 쳐낼 경우 무소속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이 출범했는데 다시 TK 의원들이 탈당하는 최악의 경우다. 한 TK 의원 측 관계자는 “공관위가 TK 의원에 대한 공천 결정을 지역 중 가장 마지막까지 늦출 것”이라며 “일찍 잘랐다가는 재분열로 지역에서 표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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