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이 10만명에 이르는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가 소속 부목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폐쇄됐다. 경북 칠곡의 중증장애인시설인 밀알사랑의집에서는 추가 확진자 21명이 무더기로 나왔다. 한편 정부는 신천지 측에서 전체 신도명단을 제공받아 이들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명성교회는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목사가 지난 16일 오후 예배에 참석했으며 다음달 1일을 포함해 당분간 주일 예배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열렸던 예배에는 이 교회 교역자와 신도 등 약 2,000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목사는 예배당 교역자석에서 40~50명의 다른 교역자와 함께 예배를 봤다.
명성교회는 국내 대형 교회 중 하나다. 등록 교인이 8만명 정도고 매주 교회를 나오는 출석교인은 6만명가량 된다. 확진 판정을 받은 목사는 신도 5명과 14일 청도 대남병원의 농협 장례식장에서 열린 교인 가족의 장례식에 참여한 뒤 당일 상경했다. 21일 보건소를 찾았으며 이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 목사와 지인의 자녀는 확진 전까지 심한 증세는 없었으나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종교 시설의 경우 폐쇄된 장소에 다수가 모이는데다 노래를 부르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잦아 집단 감염이 크게 우려된다.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만 전체 환자의 절반이 넘는 501명이며 부산에서는 온천교회에서 열었던 수련회에서 23명이 집단 감염됐다.
이날 경상북도에서도 중증장애인시설로 알려진 밀알사랑의집에서 확진자 22명이 발생해 집단 감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입소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하루 새 21명이 추가됐다. 추가 확진자 21명은 입소자 11명, 종사자 5명, 근로 장애인 5명이다. 이 중 2명은 포항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20명도 차례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나머지 입소자들은 시설 안에서 격리 조치된다. 이곳에는 입소자 30명, 근로 장애인 11명, 종사자 28명이 생활해왔다.
경북 예천의 중증장애인시설에서 근무하는 30대 간호사 1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18일 발열 증세가 나타났으며 19~20일에는 극락마을에서 근무했다. 극락마을에는 직원 35명과 입소자 52명 등 모두 88명이 생활하고 있다. 발열 증상이 있는 2명은 시설 내 격리 조치됐고 시설은 폐쇄됐다. 한편 경북 청송의 경북북부교도소 교도관 1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도관은 대구의 신천지 교인이었으며 재소자들의 집단 감염 위험이 높아졌다.
잇따른 집단 감염에 대응해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신천지교회로부터 전체 신도의 명단을 제공 받아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신천지 측은 우선 올해 1~2월 중 대구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 신도 가운데 같은 기간 대구 이외의 지역을 방문한 고위험군 신도 명단을 제공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전체 신도 명단도 제공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교회 측으로부터 신도 명단이 확보되는 대로 각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감염증 조사를 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24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을 대상으로 종사자 업무 배제, 외부 방문객 제한 여부 등 감염관리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있으며 폐쇄병동에서 근무하거나 병동을 출입하는 종사자들이 중국을 비롯한 특별입국절차 대상 지역을 여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 5층 정신과 폐쇄병동에서는 지금까지 입원환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0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며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한편 이날 확인된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전날 사망한 9번째 사망자(69세 여성)는 신천지 대구교회 확진자의 접촉자이며, 10번째 사망자(58세 남성)는 청도대남병원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번째는 35세 남성 몽골인으로 첫 외국인 코로나19 확진 사망자다. 현재 중증 상태인 환자는 20명이며 이 중 6명은 기계호흡을 진행하는 등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오송=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