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29일 0시1분부터 한국인에 대한 무사증(무비자) 입국 허용을 임시 중단하기로 한 데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후 베트남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베트남 측은 코로나 19 차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되레 우리에게 양해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알려왔다. 코로나19가 급증한 대구·경북 거주자와 최근 14일 이내에 해당 지역을 방문한 한국인 등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한 데서 입국 제한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한국인 15일 무비자 입국 허용 중단은 베트남이 지난 2004년 7월 이를 허용한 지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강 장관은 팜 빙 망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리 국민에 대한 과도한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강 장관은 통화에서 “신남방 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베트남이 우리 국민에 대한 과도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한국 내 실망감이 매우 크다”며 “베트남 측의 조치가 양국 국민들과 기업인들간 필수적인 교류마저 과도하게 제약함으로써 한-베트남 관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양국의 중장기적 이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속한 원상 회복을 촉구했다.
아울러 강 장관은 “우리 국민에 대한 베트남 측의 조치가 실제 이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고, 베트남에 체류ㆍ거주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베트남 당국이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밍 부총리는 “베트남 측으로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였음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며 당장은 조치 철회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다만 밍 부총리는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중단은 코로나19 사태로 잠정적으로 취해지는 조치”라며 “가족·친지 방문이나 사업 등의 목적으로 베트남을 방문해야 하는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속히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과 교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크다. 사업차 베트남을 자주 왕래하는 한 기업인은 “비자가 있기는 하지만 강제 자가격리 등이 걱정돼 3월 초로 예정됐던 출국을 연기했다”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답답함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