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도상우는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 결국 사람들 뇌리 속에 각인되는 인물을 처음 맡았다는 것 만으로 뿌듯했다”고 ‘간택’ 종영 소감을 전했다.
TV조선 드라마 ‘간택’은 첫 방송시청률 2.6%를 시작으로, 최종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6.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넘어서는 기록을 남겼다.
군 제대 후 2019년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을 시작으로 다시 한번 배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도상우는
순박한 도령의 모습에서 왕위 찬탈 야심가로 변해가는 이재화 역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초반엔 걱정과 부담감이 컸지만, 이중적인 인물 ‘이재화’를 온전히 체화하면서 ‘연기 희열’도 느꼈다.
도상우는 시청자들에게 ‘도상우의 재발견’ ‘두 얼굴’이라는 호평까지 받을 수 있었다. 도상우는 “마지막에 임팩트 있게 죽음으로써, 처음으로 작품을 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인생을 살면서 이런 작품을 만나기가 힘든데, 저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작가와 감독의 도움 아래 하나 하나 만들어가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흥선대원군이 점점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재화와 닮은 점을 발견하고 인물 구성에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영화로는 ‘명당’, 드라마로는 ‘녹두꽃’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 얼굴을 지닌 이재화를 위해 눈빛, 표정, 말투 모두를 다르게 보여주고자 했다.
그럼에도 첫 사극과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그는 “사극이 처음이라 그런지 정말 힘들었고 긴장도 됐고 부담도 컸다. “ 며 ”잘못하면 연기가 다 들통날 것 같아서 더 긴장했는데,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이지만 연기를 사투리로 해본 것은 처음이라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초반에는 부산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고 녹음 해서 다시 들어보기도 했다. ‘자연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사극이다 보니 발성이나 호흡이 아쉬웠고, 그런 부분들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본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
패션모델 출신 배우 도상우란 꼬리표에 대해, “패션모델 도상우가 있어서 지금의 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 놓았다. 이종석, 김우빈, 김영광, 장기용 등 최근 모델 출신 연기자들의 행보 역시 그에겐 자극으로 다가왔다. 그는 “그들이 그 길을 터놓았기 때문에 저 또한 그 길을 밟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저 역시 작품을 많이 해서 연기력을 쌓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도상우는 자존감이 큰 배우다. 높은 자존감이 그의 강점이다. 그는 “자신을 믿게되면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신조도 밝혔다.
“자신감은 많지 않더라도 자존감은 큰 편이죠. 저를 믿으려고 하는 편인 것 같다. 제가 절 안 믿으면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니까. 스스로를 믿는 순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로 서른 넷. 라이징 스타라고 하기엔 나이가 제법 있고, 믿고 보는 배우라고 칭하기엔 경력이 많지 않다. 그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34년이란 시간 동안 현재의 도상우를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어머니’에 있다. 늦둥이 독자인 도상우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힘이 나는 부분이 있다. 힘들어도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 말이다”라고 담담히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의 목표는 자신은 물론 어머니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유명한 연예인도 좋지만 아들이 번 돈으로 엄마가 편안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크다. 젊은 시절부터 고생한 어머니에게 효도를 해드리고 싶다.
그는 “효자란 말은 민망하고, 제가 힘들고 나태해지려고 할 때 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고 전했다. “어머니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자식이 번 돈으로)편하게 계시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엔 어머니께 전화를 더 자주 하는 편이다. 본인이 전화를 자주 하면 아들이 일하는데 방해되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먼저 하신 것 같아서 말이다.”
도상우의 올해 목표는 영화계 진출이다. 군 제대 후 조급함도 사라졌다. 알면 알수록 어렵지만 더 알고 싶어지는 연기의 희열도 느꼈다.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 영화 경험을 해보지 못했는데, 영화와도 인연이 닿아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누군가는 적지 않은 나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전 제 나이가 좋다. 좀 더 빨리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좀 더 성장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역을 하고 싶다.“
[사진=양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