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화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변화를 급진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변화에는 항상 결과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필요하고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놓인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직면한 환경 및 에너지 문제를 생각할 때 내연기관 위주의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을 달 수가 없다. 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기차는 그 자체가 이산화탄소(CO2)나 미세먼지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전기생산 과정에서 공해물질이 상당량 배출되기 때문에 청정성이 반감된다.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또 자동차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양도 상당한 만큼 전기차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외에도 충전 인프라 부족, 차량 가격 문제, 양산업체의 수익성 문제, 폐배터리 문제, 전기요금, 차량보조금 문제 등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더디게 하는 이슈가 산적해 있고 이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내연기관차의 친환경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친환경 성능이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필자도 이러한 흐름에 찬성표를 던진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개별적인 개체로서도 상생할 수 있지만 단일 차량에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내연기관은 차량 운전 또는 제동 시의 에너지를 전기모터에 공급해줄 수 있으며 전기모터는 내연기관의 에너지 손실을 야기하는 부가장치들을 대신 구동하거나 저효율 운전 영역을 대신해줄 수 있다. 이것이 잘 알려진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향후 수십 년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따라서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환상의 콤비’를 이뤄낼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사회적 상황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시장에 홀로서기 힘들다. 서로 보완하며 상생할 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어느 한쪽에 편향된 구호는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우리의 경제와 산업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 상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합리적인 안목이 요구된다. 지금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상생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