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롤’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다크 워터스’가 11일 개봉한다. ‘다크 워터스’의 이번 주 개봉이 주목받는 것은 헤인즈 감독 특유의 치밀한 연출과 주연을 맡은 마크 러팔로·앤 해서웨이·팀 로빈스의 명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신작들이 공개 시점을 기약 없이 미루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만 기다리는 현 상황에서 ‘예정대로’ 개봉을 진행하는 보기 드문 영화인 까닭이다.
배급사인 이수C&E 관계자는 “극장 관객 수가 워낙 저조해 고민도 했지만 개봉 전에 진행한 마케팅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개봉 연기는 할 수 없었다”며 “게다가 독성 폐기물질 유출 사건을 고발하는 영화 내용이 코로나19와 직접 연관은 없더라도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시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크워터스는 9일 기준 420개 상영관에서 644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다크워터스 사례는 현재 영화계에서 이례적으로 ‘용감한’ 도전이다. 3~4월 개봉을 준비하다가 ‘잠정 연기’를 결정한 작품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밀려 개봉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채 눈치 싸움만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가 코로나 이후의 상황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감염병이 진정되는 순간 줄줄이 대기 중이던 영화들이 상영관을 찾아 몰려들게 될 경우 4월 이후 개봉 병목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작들이 치열한 스크린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제대로 관객들을 만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작품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고 개봉 시기를 더 늦추기도 어렵다. 성수기인 여름 방학 시즌이 금새 닥치면 또 스크린은 또 대작들의 차지가 된다.
게다가 예측불가 코로나19 상황은 여름 대작들의 입지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일제히 장기 휴교가 이어지고 있어 여름방학이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한 탓이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경제마저 휘청이면서 소비자들이 문화비용 지출을 크게 줄일 가능성도 우려된다. 7월 하순부터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막하면 이 역시 영화흥행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향후 개봉이 예정된 작품은 CJ ENM의 경우 성동일·김윤진 주연 ‘담보’, 이제훈 주연 ‘도굴’, 황정민·이정재·박정민 주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공유·박보검 주연 ‘서복’ 등이다. 롯데컬처웍스는 톰 크루즈 주연 ‘탑건 : 매버릭’, 김윤석·조인성의 신작 ‘모가디슈’를 들고 대기 중이며, 쇼박스는 차승원 주연 ‘싱크홀’(김지훈), 뉴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로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영화들이 개봉 일정을 정하지 못해 마케팅·홍보 일정도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7~8일)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23만803명에 그쳤다. 2주 전 주말(2월 22~23일)의 50만5,131명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람들이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 방문을 꺼리는데다 신작 영화가 없어진 점도 한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