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서울 강남과 강북 시내면세점에 이어 인천공항 면세점까지 확보하면서 면세 삼각 벨트를 완성했다. 정지선 회장의 공격적인 지원으로 면세 사업 진출 4년 만에 업계 ‘빅4’로 도약할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으로 커져감에 따라 면세사업이 불확실성에 직면한 만큼 높은 임대료로 인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패션’ 집중한 차선 전략 통했다=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은 이번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전에서 화장품이나 담배 등 인기가 높은 격전지를 피하고 패션·잡화 영역 획득에 역량을 집중했다. 지난 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DF7은 물론이고 현대백화점이 단수로 참여해 유찰된 DF6도 패션·잡화 사업권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보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권은 피한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최소보장금(임대료)이 작아 승부를 걸만한 곳을 집중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이 제시한 DF7의 1차년도 최소보장금은 406억원이다. 이는 높은 임대료로 유찰된 DF2(화장품·향수) 구역 1,161억원의 3분의1수준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패션·잡화는 수익성이 낮아 면세사업자들이 입찰을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전략적으로 패션 영역을 공략해 임대료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현대백화점과 롯데·신라와의 가격 차는 약 100억원으로 들었다”며 “모기업의 과감한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빅4’ 도약 눈앞=현대백화점은 이번 공항 면세점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서울의 두 곳과 공항을 더해 만만치 않은 거래 규모를 확보하게 됐다. 다점포 대량 판매를 통한 바잉 파워 확대와 수익성 향상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시내면세점에서 총 1조6,000억원의 면세점 매출을 올리고 3년 내 이를 2조원 대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게다가 이번 공항 면세점 진출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약점이었던 명품 브랜드도 품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현대백화점면세점은 3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매장을 하나도 유치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이 80% 차지하는 면세시장에서 명품 유치는 필수적”이라며 “시내 면세점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최악의 시기…‘승자의 저주’ 우려도=다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지난해 72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롯데면세점이 2015년 입찰에서 높은 금액을 써서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후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18년 일부 매장을 자진 철수했던 점을 고려할 때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면세점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국내외 여행객이 줄면서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약 2만명으로 평년 대비 10분의1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매달 최대치를 갈아치우던 면세점 매출도 지난 1월 2조247억원으로 전월 대비 11.3% 줄었으며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된 2월 매출은 1월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의 80%가 임대료로 나갈 정도로 수익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최대 고객인 중국 보따리상의 입국이 막히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는 지난 사스때 16% 줄었으며 발생 후 1년 동안도 9.1% 감소하며 여파가 지속됐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