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부터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전당원투표를 실시한다. 이해찬 대표는 “소수정당 후보에게 앞 순번을 양보하는 희생으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소수정당이 원내에 진출하도록 돕고자 한다”고 했지만 그간 미래한국당을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도 표 이탈이 패배로 직결될 수 있는 영남권 의원들이 반대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당 중진들은 “별로 타격이 없다”며 비례연합당 참여를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을 위한 전당원투표’를 12일 실시하기로 11일 의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세 번이나 ‘희생’을 강조하며 “의석을 더 얻지 못하면서 이런 큰 희생을 치러야 하기에 당의 주인인 당원의 총의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영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반발했다.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구)은 이날 최고위에서 “선거연합정당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여론 수렴 형성 기능이 없어 보인다”며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민주당의 선거연합정당 참여는 명분은 없고 실익은 의심스러운 경우”라고 지적했다. 앞서 ‘영남 트리오’로 불리는 김영춘·김두관·김부겸 의원 역시 앞다퉈 반대 성명을 냈다.
이는 중도층 이탈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20대 총선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109개 선거구에서 5% 또는 5,000표 내외로 승부가 갈린 곳은 26곳으로 23%에 달한다”며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중도층의 민주당에 대한 소극적 혹은 비판적 지지를 철회하게 만들 수 있는 나쁜 신호”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미리 교수 고발 건 같은 중도층 이탈을 유도할 수 있는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며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 중진들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힘을 싣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되 정의당이 반발하며 지역구 후보를 내는 상황을 가정해 “잃는 표는 정의당 후보에게 가는 1,000~2,000표이고 얻는 표들은 정의당에 실망한 진보 성향 표와 호남 표일 것”이라며 “얻는 표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두 의원은 “지역구에서 별반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비례연합정당을) 안 만든다고 중도층이 넘어오지도 않고 만든다고 큰 이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추천관리위원회(위원장 우상호)는 이날 국민공천심사단 투표를 거쳐 중앙위원회 순위투표 대상자로 선정된 21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했다. 영입 인재인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 회장 등 19명은 탈락했고 이수진 최고위원,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회장 등 21명은 통과해 오는 13일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순위를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