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신교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잇따르면서 교회가 소규모 집단 감염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대형교회 대부분이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방역이나 위생 조치가 취약한 소규모 교회들의 현장예배가 계속되고 있어 지역사회로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보건당국과 개신교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성남 은혜의 강 교회 목사와 신도 등 4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교회는 지난 1일과 8일 한 공간에서 신도 60~70명 가량이 함께 예배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은 교회 신도 13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진행 중이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은혜의 강 교회의 집단감염은 수도권에서 발생한 종교집회 감염으로는 최대 규모다.
은혜의 강 교회는 출석신도 수 100여명 가량인 소규모 교회로 (사)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에 소속돼 있다.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는 특정 교단에 속해 있지 않은 독립교회 2,500여곳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70~80% 가량이 은혜의강교회처럼 신도 수 300명 미만인 소규모 교회들이다.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는 이날 긴급서신을 통해 “오프라인 예배를 고수하는 교회들이 있다면 이번 집단감염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온라인 예배로의 적극적인 전환을 검토해주길 바란다”면서 “연합회는 정관에 ‘상호 불간섭 원칙’을 명시하고 있어 회원 교회에 온라인 예배를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전국의 대형교회들은 현장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주일예배를 비롯한 모임 등을 중단한 상태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에 따르면 주요 개신교단에 속한 대형교회 340곳 중 70.5%인 240곳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예배 전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 수가 300명 미만인 소규모 교회들이 여전히 현장예배를 강행하면서 소규모 집단 감염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PC방 관련해 2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구로구 콜센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상담원이 예배를 본 경기도 부천시 생명수교회에서 15명, 수원시 생명샘교회에서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 움직임이 확산한 이달 들어서만 71명의 확진자가 나온 셈이다.
집단 감염 위험에도 소규모 교회들이 현장예배를 고집하는 데에는 열악한 재정 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소규모 교회들은 교회 운영을 현장예배에서 걷히는 헌금에 의존하면서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경우 교회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규모 교회의 경우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촬영장비 등도 마련되지 않은데다 신도들의 온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도 현장예배를 고수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현장예배를 고수하는 소규모 교회들이 상대적으로 위생관리에도 취약하다는 점이다. 소규모 교회들은 신도들의 발열 상태를 체크하는 열감지기나 손소독제, 마스크 같은 위생용품을 구비하지 않은 곳들이 많고, 마스크 착용이나 예배 시 거리두고 앉기 같은 기본적인 감염예방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은혜의강교회의 경우 지난 8일 현장예배에 참여했던 신도들 중 일부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좁은 공간에 모여 예배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