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쓴 일기./사진 출처=에마 미첼 인스타그램 보석처럼 알록달록한 낙엽 무더기, 막 돋아난 버들강아지, 그루터기만 남은 들판을 스쳐 가는 새매…. 늘 곁에 있던 평범한 자연 속 존재들이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 왔다. 일 년 열두 달 자연을 들여다보고 기록했더니 휑한 가슴에 폭신한 솜사탕 같은 작은 감동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야생의 위로’는 영국 박물학자의 우울증 회고록이자 집 주변 자연에 대한 기록물이다.
책은 25년 동안 우울증 환자였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우울증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다른 이들처럼 가벼운 무기력증에서부터 심각한 자살 충동까지 힘든 증상을 여러 차례 겪었다고 저자는 담담히 말한다. 그의 마음 속에서 정신적 겨울을 몰아내고 봄날 같은 위로를 불어 넣어준 존재가 자연이었다. 저자는 오두막집 주변을 조용히 오가며 보고 듣고 느낀 자연을 섬세한 문장, 따뜻한 사진과 스케치 그리고 수채화로 기록했다. 소박한 풀꽃 한 포기가 주는 기쁨, 수천㎞를 날아온 제비의 비행 궤적을 떠올리며 얻은 감동, 아득한 화석의 흔적에서 얻은 경이로움 등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는 우울증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어르고 달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증손녀이자 문화 비평가인 에마 프로이트는 이 책을 “문학적인 항우울제”라고 평하기도 했다. 1만8,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