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유럽 전역을 집어삼키고 있다. 주말 사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유럽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발원지인 중국의 두 배를 넘어섰다.
유럽 코로나19의 확산 거점이었던 이탈리아는 총리가 현 사태를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라고 규정한 데 이어 주말 사이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스페인에서도 총리가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유럽 지역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7,500여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발표한 중국의 누적 사망자(3,265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날 하루에만 1,300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의 누적 사망자 수는 4,825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793명 급증하며 하루 기준 증가 인원과 증가율이 전날 수치를 넘어서며 또다시 최대를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 수도 전날보다 6,557명 늘어나며 총 5만3,578명으로 파악됐다. 유럽 전역의 확진자 수는 14만9,000여명에 달한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산 속도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21일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3,803명 늘며 2만5,496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 규모로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누적 사망자 수는 1,381명으로, 현재 확진자 중 1,600여명이 집중치료를 받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독일(2만2,364명), 프랑스(1만4,485명), 스위스(6,652명), 영국(5,067명) 등의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한국 등에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원인이 된 ‘집단감염’이 유럽에서도 일어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프랑스 마르세유에 입항한 이탈리아 크루즈선 ‘코스타 루미노사’호에서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는 승객과 승무원 75명을 상대로 검사한 결과 36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선박에는 승객 1,421명이 타고 있었으며 마르세유 정박 후 639명이 배에서 내렸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30㎞가량 떨어진 라치오주의 한 수녀원에서는 20일 수녀 4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로마 외곽에 있는 또 다른 수녀원에서도 19명이 감염돼 집단감염의 우려가 커졌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유럽 각국 정상들은 자국민에게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연일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영상을 통해 “현 상황은 전후 시대의 가장 중대 위기”라며 전국의 모든 비필수 사업의 운영을 다음달 3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22일 이번 조처가 즉각 시행되도록 하는 비상 법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며 “며칠 내에 확진자와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1936~1939년 내전 이후 이처럼 극적인 상황을 겪은 적이 없다”며 정부가 코로나19와 싸우는 데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기 위한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1,500억유로(약 20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다. 추경안 가운데 400억유로(약 53조4,700억원)는 자영업자와 소기업에 보조금 및 대출금 형태로 지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앞서 프랑스 정부가 밝힌 3,000억유로(약 401조원) 규모의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