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낙폭이 컸던 대형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안펀드가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매입하기로 해 이들 펀드의 비중이 높은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한동안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최근 매수세로 전환하고 있어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이틀간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시가총액 30위권 이내의 대형 우량주들이 대거 포진했다. 셀트리온이 1,20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SK하이닉스(000660)(1,114억원)와 아모레퍼시픽(208억원), SK이노베이션(158억원), 삼성물산(13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외국인들이 전날 1,31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 장 후반까지 순매수세를 이어갔지만 장 막판 매물이 나오면서 순매도세로 바뀌었다.
대형 우량주들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오랜만이다.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일부 대형주 외에 한온시스템(018880)·디피씨(026890)·휠라홀딩스(081660)·필룩스(033180)·OCI(010060)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종목들이 이름을 올렸다. 대형 우량주에 대해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도 강세를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은 25% 급등했으며 SK하이닉스(7.37%), 삼성물산(7.53%) 등은 코스피지수 상승률(5.89%)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증안펀드가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반등 가능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안펀드의 주요 매입 대상이 코스피200·KRX300 등의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ETF이기 때문이다. 이들 펀드는 대형주 편입 비중이 높다. 실제로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587개 인덱스 펀드의 대형주 편입 비중은 81.8%로 중형주 11.8%, 소형주 0.61%와 비교할 때 월등히 많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경우 대형주 비중은 90%가 넘으며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도 87~88%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운용 방법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단순 계산으로 10조7,000억원 가운데 8조6,000억원 이상이 대형주에 유입될 수 있는 셈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는 인덱스 투자를 추종하는데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매수해 증시안정과 수급개선 등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따라서 중대형주 위주의 수급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