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자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업체들의 물량 등을 기반으로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목표로한 삼성전자(005930)의 점유율은 되레 떨어져 삼성 특유의 ‘초격차’가 파운드리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4분기 대만의 TSMC가 54.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위는 삼성전자(15.9%)가 기록했으며 이어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7.7%), 대만의 UMC(7.4%), 중국의 SMIC(4.5%) 순이다.
문제는 이들 중화권 업체의 점유율이 높아진 반면 삼성전자는 떨어졌다는 점이다. TSMC의 점유율은 직전 분기 대비 1.4%포인트, UMC는 0.6%포인트, SMIC는 0.2%포인트씩 각각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포인트 하락했으며 글로벌파운드리 또한 점유율이 0.3%포인트 떨어졌다.
이들 중화권 업체의 매출 상승세도 가팔라 TSMC는 전년 동기 대비 43.7% 상승한 102억 달러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으며 UMC와 SMIC 또한 각각 32.2%와 26.8%의 매출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5.9% 상승한 29억9,6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매출 상승률이 TSMC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차이는 중화권 반도체 생태계와 관련이 있다. 보급형 모바일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의 강자인 미디어텍은 TSMC나 UMC에 반도체 물량을 맡기고 있으며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미국 제재에 대응해 SMIC 측에 위탁 물량을 늘리고 있다. 또 칭화유니그룹의 팹리스 자회사인 유니SOC는 TSMC를 통해 6나노급 5G 통신 모뎀 및 AP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유니SOC가 미국 제재로 AP 점유율 상승이 힘들어 진 하이실리콘의 AP 설계 능력 등을 상당부분 이전 받아 기술력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의 경영철학을 비롯해 파운드리 분야에만 집중하는 중화권 업체의 전략이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TSMC는 애플을 비롯해 퀄컴, AMD 등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설계자산(IP) 유출을 우려한 주요 업체들로부터 제품 수주를 못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주 매출원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물량이며 IBM, 엔비디아, 바이두 등 고객군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특히 TSMC는 다음달 5나노 기반의 AP 양산에 들어가고 3나노 등 초미세 공정에 대한 집중 투자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파운드리 부문 기술 경쟁력을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좁힌다는 계획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TSMC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선단 경쟁력 리더십을 통해서 삼성파운드리는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등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