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성착취 범죄 혐의자들이 재판을 앞두고 감형 전략을 본격적으로 세우고 있다. 반성문 작성부터 봉사활동, 정신병 이력 등 양형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들이 국민적 공분을 산 이번 사건에도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미성년 포함 여성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공범들이 재판을 앞두고 잇따라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박사’ 조주빈 지시로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모씨가 지난달 31일까지 모두 여덟 차례 반성문을 냈고 10대 청소년으로 범죄에 가담한 ‘태평양’ 이모 군도 반성문을 썼다. 유사 사건에서 반성문 제출로 감경이나 감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형량 낮추기’ 전략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공익요원 강모씨의 경우 지난해 교사 협박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후 “반성문을 잘 써 형량을 줄였다”고 주변에 과시했던 사실이 알려져 분노를 키우고 있다.
성착취 범죄자들의 감형 전략은 반성문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별로 다르지만 어린 나이와 정신병·부양가족 등 다양한 이유가 근거로 작용해 양형 기준을 낮추게 된다. 대표적으로 이달 27일 출소를 앞둔 ‘다크웹’ 아동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경우 2018년 법원에서 1년6개월형을 받는 데 그쳤다. 당시 손씨는 1심 재판에서 무려 500장이 넘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2심 재판에서는 결혼으로 부양가족이 생긴 점을 강조했으며 20대 초반에 불과한 어린 나이와 유년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성착취 범죄자들의 이런 감형 시도는 실제 재판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성폭력삼담소가 지난해 선고된 성범죄 관련 하급심 판결 중 법원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된 137건의 양형 기준을 분석한 결과 3분의1 수준인 48건이 ‘피고인의 반성과 뉘우침’을 감형 요소로 꼽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성착취 범죄 피고인들이 제출하는 양형 자료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성착취 범죄자들의 반성문을 대필하는 전문 업체들까지 영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n번방 사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씨의 경우 평소 봉사단체에서 팀장을 맡아 꾸준히 활동하는 등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 조씨 외에 강모씨도 장애인 목욕 봉사를 하는 등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범죄자의 이중인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범행 형량을 낮추기 위한 방어적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