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벚꽃만발 경주 월성, 옛날 모습은 그게 아니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고환경연구팀' 분석

고대의 오동나무와 아주까리 씨앗 발견

해자 출토 13점 곰뼈는 軍旗장식 가죽영

아기반달가슴곰 등 곰 3마리 뼈 분석해

경주 월성에서 발결된 곰뼈와 곰뼈 표본. /사진제공=문화재청경주 월성에서 발결된 곰뼈와 곰뼈 표본. /사진제공=문화재청



1,600년 전 경주에 살던 신라인들은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垓字·성 주변을 에워싼 방어목적의 호수)를 보며 걸었고, 주변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신라의 천년 왕성이던 경주 월성 주변이 이맘때면 흐드러진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소나무가 많았고 그 이전에는 참나무가 숲을 이뤘다.

5세기 무렵 당시 월성 인근에서는 곰을 잡아다 해체해 가죽을 만드는 공방도 있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포획 금지는 물론 별도 생태관리가 따라붙는 반달가슴곰이 그 대상이었다.

경주왕경 복원사업이 추진 중인 신라 왕궁 월성이 옛 모습의 실마리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소 내 ‘고환경 연구팀’의 최근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우선 신라 시대의 각종 식물과 곡식에 대한 연구 결과로 지난해 4월까지 63종의 5세기 신라의 씨앗과 열매 등이 월성 주변에서 확인됐고 최근에는 10여 종이 추가됐다. 월성에서 나온 대표적인 씨앗은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아주까리)이었다. 해자에서 파낸 점토를 하나하나 물재로 걸러내 유기체를 조사한 끝에 1㎜도 채 안되는 오동나무 씨앗을 찾아냈다. 한반도 자생종인 오동나무 씨앗이 고대 유적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주까리 씨앗은 길이 9㎜에 폭 7㎜로 제법 컸는데 인도·아프리카 원산지의 외래종이 유입된 것으로 연구소 측은 판단했다. 아주까리 기름은 등잔불이나 머릿기름, 식용 기름 대용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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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무렵 고대 신라 때 존재했던 씨앗을 찾아내 분류하는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5세기 무렵 고대 신라 때 존재했던 씨앗을 찾아내 분류하는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관심을 끄는 것은 월성에서 출토된 곰뼈에 대한 연구 성과다. 지난해 봄 월성 주변 발굴조사에서 40㎝ 가량의 소형 배(舟) 외에 말·소·맷돼지·개·사슴·바다사자·상어 등의 뼈와 함께 13점의 곰뼈가 출토됐다. 조사 결과 곰은 최소 3마리 이상이며 이 중에는 아직 성장판이 채 닫히지 않은 아기 반달가슴곰도 포함됐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은 중앙문화재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중앙고고연구’에 최근 투고한 논문 ‘월성해자 출토 곰뼈의 이용과 폐기에 대한 시론’을 통해 “곰뼈와 같은 층에서 나온 토기와 씨앗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보면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된다”며 “홋카이도 불곰을 관찰한 소견을 검토했을 때 월성 곰은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기를 얻고자 곰을 죽였다면 위팔뼈라고 할 수 있는 상완골이나 넓적다리뼈인 대퇴골이 많이 보여야 하지만, 월성에서 드러난 뼈는 앞다리와 발목 관절 부위가 대부분인 점에 김 연구원은 주목했다. 그는 신라 장수의 깃대장식에 대해 적은 “제감화(弟監花), 곰의 뺨가죽으로 만드는데, 길이는 8치 5푼이다”, “군사감화(軍師監花), 곰의 가슴가죽으로 길이는 8치 5푼이다”, “대장척당주화(大匠尺幢主花), 곰의 팔가죽으로 길이는 7치이다‘ 등의 기록을 입증하는 것으로 봤다. 발견된 아래턱뼈(하악골)을 보면 안에서 밖으로 향한 해체 흔적이 뺨가죽을 확보하기 위한 흔적을 추론하게 한다. 발뒤꿈치 뼈에서 발견된 개가 이빨로 문 듯한 흔적에 대해서는 “곰을 해체한 이후 즉각 폐기하지 않고 개먹이로 줬다면 신성한 의례용은 아니었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결국 신라인이 곰을 해체한 이유는 의례나 고기가 목적인 아닌 가죽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는 곰 가죽을 삼국사기 기술처럼 장군 깃발에 사용했다면 가죽 제작과 활용에 왕궁이 관여해 전문적 공인 집단이 해체와 가죽 제품 생산을 맡았을 확률이 높으며, 월성 주변에서 확인되는 공방터 추정 유구가 그 용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연구소는 동물뼈와 식물 씨앗 등 월성에서 나온 유물로 옛 환경을 추정한 연구 결과를 오는 9월 국내 학술대회에서 소개한 뒤 내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세계고고학대회에서 발표한다. 4년마다 열리는 고고학 분야 최고 국제 학술포럼인 세계고고학대회는 올여름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1년 연기됐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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