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는 외신보도가 9일 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사가 개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로는 한국에 체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대사의 사임계획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문제 등 한미 간의 갈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동맹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비공식적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동맹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많이 다른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대사의 11월 사임이 현실화할 경우 인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주한 미국대사의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해리스 대사의 국내 여론이 워낙 나쁘기 때문에 대사 교체도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면서도 “미국 대선 기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으로 주한 미국대사의 임명이 늦어질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주한 미국대사가 그간 한국 정부의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해온 만큼 대사의 공석이 길어지면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의 고위관료를 만나 고급정보를 수집하는 게 주요 임무”라며 “대사대리가 만날 수 있는 한국 고위급에는 한계가 있어 한미 간의 소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관련 보도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는 물론 훌륭한 한국민 및 독립성을 보장받는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해리스 대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2015년 주한미군사령부를 휘하에 둔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뒤 2018년 7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