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 美연준처럼 SPC세워 회사채 매입도 검토

■ 이주열 "올 1%대 성장 힘들 것"

특수은행채권도 사들이기로

금융기관 자금부담 완화 기대

내달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1%대 달성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1%대 달성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2년 만에 다시 특수은행채 직매입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 및 담보증권 확대 방식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국내 실물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며 1%대 성장이 힘들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은의 추가 유동성 대책 발표와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회사채 매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무제한 RP매입 방식 한계, 단순매매 확대로 투트랙


그동안 한은의 공개시장운영 중 단순매매를 할 수 있는 대상증권은 국채와 정부보증채 뿐이었다. 단순매매는 글자 그대로 한은이 증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환수하는 효과를 낸다. 유동성이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만기에 따라 일정 기간 이후 증권을 되사거나 되파는 RP매매보다 유동성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단기 시장금리가 아닌 장기 시장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비상시에 대비해 증거금률을 설정해야 하는 RP매입은 금융기관들의 자금 공급 여력을 다소 제약하는 반면 단순매매는 담보 제약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은은 단순매매 대상증권을 확대했었으나 당시 RP매매가 주를 이뤘고 증거금률도 105% 이상으로 높았다. 이번 조치는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좀 더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인 셈이다. 한은 시장운영팀 관계자는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지 않고 한은이 직접 매입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하고 비용도 낮출 것”이라며 “새로 RP매매 담보증권에 추가된 예금보험공사 채권 증거금률은 8개 공공기관 채권과 마찬가지로 104~112% 범위에서 설정됐다”고 말했다.


다만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한 자금 공급 방식 역시 특수은행의 자금 활용 경로는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적인 지원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더해 정부의 직접적 도움 없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급할 수 있는 유동성은 자기자본의 제한을 받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국책은행들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정부의 신용·자본 보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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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유동성 대책 및 금리 인하 가능성 열려있어

이 총재는 추가 유동성 대책과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통위 회의 후 이 총재는 5월 추가 금리 인하 질문에 대해 “지난달 비교적 큰 폭으로 금리를 낮췄지만 선진국들의 금리가 내려가면 국내 실효하한도 내려가므로 금리 대응 정책여력은 남아있는게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2일 검토를 밝혔던 증권사 대상 회사채 담보 대출과 관련해서는 신용리스크 축소를 위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이 필요해 금통위가 의결까지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한은과 정부가 실무자 선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미 연준처럼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한 회사채 매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연준이 한 것처럼 정부보증을 전제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상당히 효과가 크다”며 “효과가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과 같이 정부와 협의해서 신용보강을 한 뒤 시장안정에 대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SPC설립을 논의중인지 묻는 질문엔 “아직은 밝히기 적절하지 않다”며 추진 단계에 있음을 드러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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