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경기복 대신 의사가운...'코로나 전사' 변신한 스포츠 스타들

'조정선수권 銀' 의사출신 도일

올림픽 연기에 병원근무 지원

MLS 레너드, MLB 해밀턴도

은퇴 이후 의료현장서 맹활약

‘슈퍼맨’ 티셔츠를 입고 노를 젓는 필립 도일. 유망한 조정 국가대표인 도일은 올림픽 연기 소식에 곧바로 의사로 변신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필립 도일 인스타그램‘슈퍼맨’ 티셔츠를 입고 노를 젓는 필립 도일. 유망한 조정 국가대표인 도일은 올림픽 연기 소식에 곧바로 의사로 변신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필립 도일 인스타그램






풋볼 선수 출신 의사 마이런 롤. /마이런 롤 인스타그램풋볼 선수 출신 의사 마이런 롤. /마이런 롤 인스타그램


전직 메이저리그 1루수 마크 해밀턴. 뉴욕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출처=MLB.com전직 메이저리그 1루수 마크 해밀턴. 뉴욕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출처=MLB.com


아일랜드 남자 조정 국가대표 필립 도일(28)은 2020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졌다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더블 스컬(2인승)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메달 후보로 떠오른 그는 훈련장 안팎에서 모든 초점을 오는 7월 대회 개막에 맞춰놓고 있었다. 올림픽 연기 소식에 노를 내려놓고 허탈해하던 도일은 그러나 이내 휴대폰을 들어 다른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새 일을 찾기 위해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 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나서는 것이었다.

도일은 ‘조정 잘하는 의사’로 유명했다. 대학에서 취미 삼아 본격적으로 시작한 조정으로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냈다. 현재 뉴리 지역의 데이지힐병원에서 교대 근무 중인 도일은 “조정이 내 삶의 전부가 되기 전에 환자 보는 일이 첫사랑이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전력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마이런 롤(34·미국)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그 역시 팬들의 함성이 익숙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장학제도인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플로리다주립대 시절부터 이름을 떨친 그는 1년간의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이후 지난 2010년 미국프로풋볼(NFL) 드래프트에 참가해 테네시 타이탄스로부터 6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NFL 유니폼을 입는 꿈을 이룬 것도 잠시, 연습생에 해당하는 프랙티스 스쿼드를 벗어나지 못한 그는 결국 한 경기도 못 뛰고 은퇴하고 말았다. 이후 롤은 대학으로 돌아가 2017년 졸업과 동시에 의사 자격을 얻었다. 지금은 신경외과 레지던트 3년 차다. 롤은 미국 스포츠매체 SB네이션을 통해 “풋볼을 오래 한 경험이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확실히 더 좋은 의사가 되게 도와주는 것 같다”며 “훈련과 집중·팀워크·소통에 이미 익숙한데다 역경을 이겨내거나 대비하는 법, 승리하는 법과 가치 있게 지는 법도 스포츠로부터 배웠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의사에게 요구되는 가치들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마셜 레너드(40·미국)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출신의 의사다. 스물일곱이던 2007년에 일찍 은퇴한 뒤 의대에 진학했고 지난해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인명 피해가 가장 큰 뉴욕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뉴잉글랜드 레볼루션 수비수로 6년간 MLS에서 뛰며 그중 두 시즌을 주전으로 활약한 레너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낙담하지 않고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며 “스포츠가 재개될 날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고도 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루수 출신의 마크 해밀턴(36·미국)도 뉴욕의 한 병원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 아직 의대 졸업 전이지만 뉴욕의 심각한 의료진 부족 사태에 동기들과 함께 긴급 투입됐다. 온라인으로 바이러스 관련 강의를 들은 뒤 배운 내용을 곧바로 현장에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6월부터인 전공의 과정도 제때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해밀턴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백업 멤버로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지만 2014년 팀에서 방출된 후 선수생활을 접고 의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애초에 서른 살 무렵까지 MLB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미련없이 그만두고 의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하지만 야구를 떠났어도 야구장에서 배운 가르침은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야디에르 몰리나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해밀턴은 “많은 사람들이 MLB에 진출하거나 의사가 되는 것 등을 목적지로 생각한다. 하지만 몰리나 같은 사람은 목적지가 다르다”며 “그는 매일 비디오 분석실에서 몇 시간씩 경기를 준비한다. 그런 노력이 모여 그를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선수로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삶의 자세를 마음에 새겼다”는 해밀턴은 “바이러스에는 스카우팅 리포트(전력분석 보고서)가 없다. 바이러스가 계속 진화하고 변이하는 것처럼 그에 맞서는 우리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