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투표소 이모저모]휠체어·목발에도 한표…48.1cm 비례대표 용지에 당황도

116세 최고령 유권자, 며느리 부축으로 투표소 찾아

휠체어·목발 등에 의지한 채 투표소 찾은 이들도

1m 간격 유지·발열 측정 등 방역 절차에 100m 줄도

방역 조처에 불만 품고 소란 등 체포 사례 잇따르기도

만 116세로 광주 지역 최고령 유권자로 기록된 박명순(왼쪽) 할머니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며느리의 도움을 받아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만 116세로 광주 지역 최고령 유권자로 기록된 박명순(왼쪽) 할머니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며느리의 도움을 받아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제21대 총선일인 15일 전국의 각 투표소에서는 만 116세 최고령 할머니, 시각장애인 등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의 여파로 유권자 간 간격을 1m로 유지하는 등 까다로운 방역 절차에 대기 줄이 100m에 달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한편에서는 주취와 투표용지 훼손 등으로 인해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들도 잇따랐다.

이날 광주에서는 만 116세의 최고령 유권자 박명순 할머니의 투표가 이목을 끌었다. 박 할머니는 “투표하니 좋소”라며 “다음 대통령 선거 때도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의정서가 체결되기 직전에 태어난 박 할머니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시행된 모든 직접 선거에 참여해왔다. 휠체어나 목발에 의지해 어렵게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7시30분께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센텀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는 한 어르신 유권자가 딸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투표소에 도착했다. 딸 김모(43)씨는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한데도 꼭 투표하겠다고 하셔서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제3 투표소가 마련된 전라중학교에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서모(84)씨가 어렵게 투표소에 도착했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경기 안산 비산1동 투표소를 찾은 황모(87)씨 역시 “지팡이를 짚고 오기 때문에 걷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하니까 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정 투표소를 잘못 찾아 인근 다른 투표소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투표소 앞에서 쉬기도 했다. 최근 허리 수술을 했다는 이모(63)씨는 허리 보호대를 찬 채 목발을 짚고 비산3동 투표소에 도착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일인 15일 황모(87) 씨가 투표소를 잘못 찾아 지정된 투표소로 이동하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다./김태영 기자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일인 15일 황모(87) 씨가 투표소를 잘못 찾아 지정된 투표소로 이동하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다./김태영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각 투표소에서는 감염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 조치가 시행됐다. 시민들이 1m의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다 발열 여부 측정, 손 소독, 비닐장갑 착용 등의 절차가 추가되면서 상당수 투표소에서는 긴 줄이 이어졌다. 북구 화명1차 동원로얄듀크아파트 내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는 대기 줄이 100m에 이르기도 했다. 경로당을 집처럼 드나들던 노인들은 오래 서 있기가 힘들어 인근 벤치 등에 앉아 잠시 쉬기를 반복하다 겨우 투표를 마쳤다.


길이가 48.1㎝에 이르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고 당황한 유권자들도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유권자는 “개인별 투표용지와 비례 투표용지 정당명이 달라 어디를 찍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모씨 역시 “비례 투표용지에 있는 정당 이름이 많아 혼란스러웠다”며 “미리 생각했던 정당 이름과 달라 잘못 기표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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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투표 현장에서 난동을 피운 시민들이 잇따라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12시30분께 서울 관악구 관광고등학교 투표소에서는 50대 남성이 비닐장갑을 착용하라는 안내에 불만을 품고 투표용지를 훼손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현재 이 남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도 서울 종로구 창신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지역구와 정당 투표용지에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용지를 찢은 A(49)씨를 입건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기표를 잘못한 것에 화가 났다”며 “화를 참지 못하고 투표용지를 찢었다”고 진술했다. 공직선거법 제244조에 따르면 투표용지를 훼손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된 조처에 불만을 품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오전8시15분께 용산2가동 제1 투표소에서 술에 취한 50대 남성 B씨는 발열 여부를 확인하려는 안내원에 불만을 품고 투표용지를 훼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B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도 오전7시께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투표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권하며 소란을 피워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제21대 총선일인 15일 오전 투표를 마친 사람들의 투표 ‘인증’과 독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를 통한 투표 인증 릴레이가 펼쳐졌다. 다만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손등 인증’을 하지 않는 대신 미리 준비한 메모지 등에 기표 도장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20대 유권자는 ‘#손등에#도장은#다음#기회에’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투표 확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전투표 때부터도 작은 원고지 위에 인증용 이미지가 담긴 카드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비닐장갑 위에 기표 도장을 찍은 인증샷에는 “그래서는 안된다. 투표확인증을 달라고 하면 된다” 등 ‘인증샷 요령’을 공유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표소 내 사진·영상 촬영이나 기표한 투표지 촬영은 금지되지만 투표소 입구에 설치된 포토존이나 투표소 표지판 등을 활용해 인증샷을 게시하거나 전송하는 것은 가능하다.

/허진·김태영기자 hjin@sedaily.com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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