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00만 원격 수업에 접속 안 되고 영상 '버벅'...초등학교에선 '부모 개학, 조부모 개학' 푸념

312만3,000명 2차 개학 맞으면서 398만명 원격 수업

오전 e학습터 접속 불량, 영상 끊김 현상 잇따라

정부 500만수용 서버 갖춘다 했지만 현실은 60만 몰리자 접속 오류

총선 효과 사라지는 17일부터가 문제...3차 개학하는 20일 최대 분수령

2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16일 서울 용산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화상으로 출석을 부르고 있다./성형주기자2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16일 서울 용산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화상으로 출석을 부르고 있다./성형주기자



“e학습터에 출석체크 글도 안 올라가고 완전 먹통이라고 딸내미가 답답해합니다. 애 두고 저는 출근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난리에요.”

경기도 오산에서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워킹맘 A씨는 16일 아침 출근 전까지 태블릿PC와 씨름해야 했다. 이날 2차 온라인 개학을 맞아 원격수업을 시작했는데 딸 아이가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학습터’에 접속하지 못해 울먹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인데다 친정과 시댁도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를 맡길 지인조차 없는 A씨는 딸아이에게 “계속 접속해보라”고 말한 뒤 집을 나서야 했다.

전국 고1~2, 중1~2, 초4~6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한 이날 우려대로 LMS 시스템 접속 오류가 빗발쳤다. 서버가 과부하에 걸려 제 기능을 못 하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접속이 잘 안 되거나 수업 영상이 자꾸 끊기는 사태들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지난 9일 1차 개학한 고3과 중3 학생 85만8,000명과 이날 개학을 맞은 312만3,000명 등 약 400만명이 원격수업 시스템에 몰린 결과다.

유은혜(오른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서중학교에서 진행된 온라인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유은혜(오른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서중학교에서 진행된 온라인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정부가 14일 “학생 500만~600만명이 뛰어놀 수 있는 서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날 오전 LMS에 60만~70만명만 들어왔는데도 접속이 안 되고 동영상이 자주 끊겼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e학습터와 한국교육방송(EBS)의 ‘EBS 온라인클래스’가 이날 기록한 최고 접속자 수는 각각 66만4,000명, 67만5,000명이었다. 1차 개학 때와 비교하면 e학습터가 5배, EBS온라인클래스는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날 원격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서버 점검을 했다더니 e학습터에 올라온 수업 영상이 3초도 안 돼 끊겼다. 24분짜리 영상을 들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MS 운영 기관들은 접속이 끊기고 재생 오류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2차 개학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EBS는 “교사들이 15일 6시 이후 업로드한 영상을 오늘 9시52분께 재생하려 했을 때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오전10시37분에 조치가 취해진 후 정상화됐다”고 전했다. KERIS도 일부 교육청 산하 학교에서 오전9시에 e학습터 로그인 속도가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9시30분 이후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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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두랑 접속 오류 공지문. /홈페이지 캡처위두랑 접속 오류 공지문.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날 KERIS가 운영하는 학급단위 온라인 커뮤니티인 ‘위두랑’이 아침부터 마비되는 등 미처 대비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불편을 겪었다. KERIS가 LMS인 e학습터 서버 증설에 주력하면서 학급방으로 많이 쓰는 위두랑 서버 증설에는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이날 개학한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는 위두랑과 화상회의 프로그램 웹엑스(Webex)를 활용해 원격수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접속 장애가 발생해 위두랑 대신 네이버 밴드 학급방을 사용해야 했다.

이날 초등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탓에 부모와 조부모가 하루 종일 학생 곁에 붙어 있으면서 초등학교에서는 ‘부모 개학’ ‘조부모 개학’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개학한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 5학년 창의반 교실에서 진행된 쌍방향 수업 중 “소리가 잠겼네”라며 난감해하는 한 학생의 할머니 목소리가 전해졌다.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할머니가 손주의 원격수업을 돕는데도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온라인 개학이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총선 투표소로 활용된 학교들은 이날 오후1시에 개학하면서 이날 분산 효과가 일부 있었지만 이 학교들이 17일부터 오전 수업으로 정상화하면 오전에 접속자가 몰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3차 개학을 맞아 535만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듣게 된다. ‘EBS 시스템 점검과 종합 대책 수립을 위한 긴급 대응단’ 단장인 김유열 EBS 부사장은 “내일(17일)에는 오후 개학 분산효과가 사라지게 되고 월요일에 원격수업이 몰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17일과 20일을 가장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 이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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