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nice note)를 받았다”고 공개해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미국이 북한, 러시아, 중국, 이란과 같은 적국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일을 겪었다면서 이익을 취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언급하며 “그(him)로부터 최근 좋은 편지를 받았다. 그것은 좋은 편지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관해 말한 뒤 북한 언급으로 넘어와 “나는 그들이 단거리 미사일들을 시험하고 있는 것을 안다. 당신은 그들이 오랫동안 그것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것은 코로나 19로 인한 정치적 위기 속에서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무력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코로나 19 방역에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 재개가 미 본토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시점과 연관성이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북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코로나 19로 재선 가도에 큰 변수가 생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19 외에 추가 변수 차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소개하며 “지금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화자찬했다. 다만 편지를 받은 시기나 내용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만약 자신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미국이 지금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며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며 줄곧 외교적 성과로 내세운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북한과 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이들에 대해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한 뒤 “그들은 트럼프가 너무 많이 포기했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실제로 제재들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 상황을 언급하며 “중국은 국경에서 매우 잘해왔다”며 현재 중국과 북한 사이의 국경은 완전히 폐쇄돼 있다고 했다.
코로나 19로 김 위원장 역시 경제난 등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한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미국 정상과의 친분 과시는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달 22일 이례적으로 새벽에 담화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며 미국이 코로나19 방역 부문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신변 이상설’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생명 위독설’, ‘단순 방역설’ 등 그의 신변에 대한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