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도미노 추경'에 나랏빚 41% 넘어…국회가 재정준칙 서둘러야

21대 국회에 바란다 <3> 비어가는 나라곳간

재정건전화법 낮잠 중인데...정부는 연일 돈풀기

과거 위기와 달리 복지비중 커져 재정복원 쉽잖아

지금 추세면 2022년 국가채무 50% 돌파 불보듯




20대 국회 출범 직후인 지난 2016년 8월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화법을 발표하고 이후 송영길·추경호·송언석 의원이 각각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먼지만 쌓이다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정부안은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45%,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3%까지 치솟아 당시 설정했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여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두에게 줘야 한다고 압박하고 경기보강을 위한 3차 추경까지 예고하고 있어 재정건전성 지표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재정준칙을 만들어 재정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우형 한성대 교수는 19일 “안정적으로 재정관리를 할 재정준칙 시스템이 없으면 비상시국에 재정수지가 악화하더라도 다시 복원이 안 돼 미래 세대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고려 없이 돈만 풀자는 국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쇼크 속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마찰은 나라곳간에 대한 인식 차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반대에도 전 국민의 70%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압승을 등에 업고 13조원을 들여 100%로 확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래통합당도 25조원의 재원으로 1인당 50만원씩 주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확장재정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면서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선 예산은 3년 만에 500조원을 돌파했다. 총지출 증가율은 2019년(9.5%)과 2020년(9.1%) 모두 본예산 기준 9%대였는데 코로나19 이후 경제 역동성 회복을 명분으로 정부는 내년 예산 규모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편성할 방침이다. 관행처럼 6년 연속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점도 문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와 내년까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인정하더라도 지금 추세면 오는 2022년에 국가채무비율 50%도 무너질 수 있다”며 “국회가 너무 앞서서 재정을 풀자고 하지 말고 재정당국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금복지 확대로 재정 복원 쉽지 않아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재정지출로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1999년 -3.5%에서 2000년 -0.9%로, 2009년 -3.6%에서 2010년 -1.0%로 위기를 넘기며 예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원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곳간지기’인 기재부의 고민이다. 2022년이면 연간 20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기초연금뿐 아니라 아동수당 등 한번 늘리고 난 뒤 줄이기 힘든 이전지출 비중이 급속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쳐오기 전 너무 무분별하게 지출을 팽창시켰고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반면 기업과 개인 모두 코로나19 쇼크로 타격을 입어 기업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 국세 수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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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해만 해도 두 차례의 추경으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5조6,000억원(-4.3%) 적자, 국가채무비율은 41.2%까지 상승했다. 올해 코로나19 쇼크로 성장률이 하락하면 채무비율은 더 오르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9~2023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3년까지 GDP 대비 3%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에 GDP 대비 40%대에 도달한 뒤 2023년까지 GDP 대비 40% 중반 수준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계획은 벌써 어긋났다.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3%’와 ‘40%’는 어느새 사라졌다.

재정 준칙 통해 무분별한 사용 막아야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현재 재정건전성에 대해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지만, 내년부터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은 꾸준히 재정준칙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대외신인도 하락과 미래세대 부담 확대로 되돌아오므로 ‘위기 시 확대, 평상시 긴축’ 같은 탄력성을 가진 재정준칙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더욱이 여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핀셋 증세 외에 보편적 증세는 터부시하고 있어 증세 논의를 하기도 힘들다. 지출은 확대하면서 수입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얘기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걸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국회가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내년 이후 코로나19가 안정화된다면 지출 증가율을 낮추고 세입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황정원·조지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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